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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을 착취하다 - 서민을 위한 대출인가 21세기형 고리대금업인가, 소액 금융의 배신
휴 싱클레어 지음, 이수경.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부의 불평등은 인류가 시작되면서부터 계속되어 왔습니다. 땅, 곡식, 재물, 향신료 등을 지나 현재는 '돈'을 많이 가진 자가 먹이사슬의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죠. 그리고 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도 휘청 거리며 직격탄을 맞았는데요. 그 후 저성장의 늪까지 더해져 대한민국도 앞이 보이지 않는 경제침체의 늪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성장 없는 사회에 최대 피해자는 바로 빈곤층.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어느새 밝고 긍정적인 대부업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막말로 '전화 한 통이면 소액 대출이 가능!',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 횡행하고 있기에 이 책이 더욱 깊게 다가왔습니다.
《빈곤을 착취하다》는 세계적인 빈곤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던 '소액금융'의 허와실을 담은 책입니다. 20년 전만 해도 빈곤을 없애는데 특효약으로 불렸던 정책에 비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직시하며, 미래를 만들어가자는 태도가 마음에 와 닿네요.
이른바 '소액 신용 대출'은 빈민에게 돈을 빌려주고 자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움을 준다는 좋은 취지로 인정받았습니다. 빈곤을 타파하는 데 앞장선 그라민은행의 설립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노벨 평화상을 받으며 대체 불가능한 만능열쇠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곧 세계 곳곳에서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마치 노벨이 광부들의 어려움을 돕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고안한 다이너마이트가 인류 전쟁에 앞장서서 기여한 역설적인 사례와 일맥상통하죠. 앞에서도 이야기 한 건전하고 안전하게 포장된 대출광고처럼, 선한 의도라는 가면 뒤에 감추어진 검은 얼굴은 소액 금융의 양면성을 비유하는 좋은 예이기도 합니다.
결국 빈곤층의 피를 마지막까지 빨아먹는 제도가 되어버린 변질된 제도. 연 100%가 넘는 이자를 부과하며, 악순환의 반복을 통해 극빈곤층의 끝자락으로 몰고 가는 급행열차가 바로 '소액 금융'이라는 것! 저자 '휴 싱클레어'는 10년 넘게 소액 금융계에서 일하며 현장에서 보아 온 경험을 통해 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가 멈추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내부고발자라는 꼬리표와 외압에도 불구하고 책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빈민국 혹은 개발도상국만의 이야기가 아닌 합법적인 악덕 고리 대부업자가 된 '소액 금융'의 실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요?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도 책에서 제시된 사례와 별 바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결국 이런 제도로는 빈곤을 벗어나기가 어려우며, 또 다른 최하층을 양산하고 사회의 질서를 좀먹는 또 다른 벌레는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훨씬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일을 구축하기는 매우 힘들다는 생각을 해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