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김하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가제본을 읽고 썼습니다.


요즘 SNS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 테스트가 있습니다. 바로 '신이 당신을 만들 때'란 테스트인데, 신은 자상함, 유머, 정력, 뻔뻔함, 신념, 식탐, 애교 등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인간을 만들었다는 재미있는 테스트죠. 이 테스트에 대한 반응은 현재도 뜨겁습니다. 사람의 성격을 단 4가지의 혈액형의 유형에 자신을 끼워 맞추며 '어머 맞아 O형은 원래 그래'라고 고개를 주억거렸을 당신이라면 이 테스트에도 굉장한 반응을 보이겠네요. 

느닷없이  왠 테스트 타령이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테스트에서 신이 나를 만들 때  넣었던 유머, 혹은 농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그랬어요. 한국인은 농담에 인색한 민족이죠. 외국인이 바라온 한국인의 느낌은 대체로 딱딱하게 굳은 얼굴, 즐길 줄 모르는 일 중독자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영국이나 미국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머와 농담을 빼먹지 않는 것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메마른 인생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봤어요. '포크와 스푼을 하나로 만든다면?'이란 생각이 수저 포크가 되었듯이  무모한 농담이 참신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국가 발전을 이루는 거대한 산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습니다.

책은 일상이나 매스컴, 문화, 사회 각 분야에서 일어나는 소소하고 시시콜콜한 일들을 마구잡이 식으로 생각해 보는 일종의 '브레인스토밍' 같았어요. 일정한 테마에 따라 자유롭게 연산이나 발언을 통한 아이디어 제시 방법! 글쓰기나 창의적인 생각, 기발한 아이디어를 이끌어 낼 때 흔히 쓰는 방법이죠. '거참, 말도 안 되는 실없는 소리 하고 있네'라고 타박할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를 읽다 보면 '나도 이런 생각해본 적 있는데'라든가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라며 생각의 잔가지를 뻗어나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부재에도 존재감이 있다고 생각해 본적 있나요? 말장난 같이 들리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다르게 생각해 볼 때 우리는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ECM의 전시 제목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들리지 않는 소리가 가장 아름다움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전시이고요. 안이 텅 빈 공갈빵을 먹는다는 것은 빵이 아닌 그 부재를 먹는다는 생각, 3M의 포스트잇을 발명한 것처럼 실패작이 발명품이 되기도 하는 아이디어! 거꾸로 보고, 요리조리 뜯어 보고, 선택지 밖의 대답을 고민해 보는 행동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언어는 사고를 프레이밍 한다고 하죠.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도 다뤄지는 '프레인 전쟁'. 우리가 쓰는 언어 대부분은 내부의 프레임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언어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들어서기도 합니다. 정치권이나 매스컴에서 자주 이용하는 방법으로 '세금폭탄'이라든가 '귀족노조', '농약급식' 등 뉴스나 신문에서 자주 들리는 단어들이 바로 그것인데요. 프레이밍 하여 사고를 단절하고 가두는 방법에 대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을 예로 들어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농담이 필요한 시간이 필요한 사회 , 해학과 블랙코미디가 먹히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인지 곪아버려 곧 터질 사회인지 여러분이 판단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과연 신은 여러분을 만들 때 몇 스푼의 유머를 넣었을지도요. 갑자기 여러분의 유머감각이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