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내일이면 한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네요. 예전처럼 애틋하고 끈적거리는 가족애는 많이 희석되었지만, 여전히 명절에는 못 보던 가족들을 만나는 뜻깊은 자리일겁니다. 자, 그렇다면 여러분들의 가족은 어떤 모습인가요? 서로 얼굴 보기 불편한 사이라서 명절마다 싸우지는 않나요? 내가 알고 있던 가족 구성원의 모습의 다른 면을 보게 되지는 않았나요? 가족이란 이름에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각자의 사연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일본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 는 3대에 걸쳐 100년 가까이 이어지는 야나기시마 일가의 이상한 이야기를 빌어  '그들 각자의 사연들'을 풀어낸 소설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청아하고 섬세한 문체가 독보적인 에쿠니 가오리의 팬들에게는 이번 작품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할 텐데요. 일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태생의 할머니가 내뱉는 말, '가엾은 알렉세이에프, 비참한 니진스키'라는 탄성처럼 말이죠.

제목만큼  꽤 낯설은 말이지만 책의 마지막에 가서는 습관처럼 나도 모르게 내뱉게 되는 매력적인 말이랍니다.  



사회와 동떨어진, 마치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 고립된 이 서양식 저택에 사는 가족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언니, 오빠, 남동생 그리고 차녀인 나. 화자는 차녀인 나는 '리쿠코'란 이름을 가졌고 초등학생입니다. 그런에 조금 특이하죠. 이모와 외삼촌까지 같이 살고 있으며, 언니와 남동생은 서로 아빠와 엄마도 다릅니다. 즉 나아준 부모님과 길러준 부모님이 같지 않다는 것! 그리고 불륜을 아무렇지 않게 가각한다는 것! '1982년 가을'에서 보이는 '야나기시마 일가'의 평범해 보이는 겉모습은 대략 이렇습니다.


하지만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23개의 챕터별 나누어진 가족사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가족 구성원의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단서가 되죠. 이 사람이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이 뒤죽박죽 80년대에서 60년대로, 2000년대에서 70년대로 옮겨 다니는 특별한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독자들이 어느 챕터를 펴서 읽더라도 이 가족 구성원의 기본 컨셉만 안다면 재미있는 독특한 소설이란 점이죠.



'에쿠니 가오리'는 이 소설을 통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도 누군가의 눈에는 특별하고, 이상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계속해서 사회와 어울리지 못하는 구성원들의 좌충우돌 성장기가 나오는데 그 과정이 때로는 굉장히 이기적으로 어떨 때는 바보같이 느껴지는데요.  구성원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개인사를 담담하고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이게 바로 에쿠니 가오리 책이라는 워터마크 같은 거겠죠.



특히 굉장히 독특한 제목인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은 일종의 암호로 각자의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라이스에는 소금을.”
암호를 중얼거린다. 그래서 나도 말했다.
“그래, 유리. 라이스에는 소금을!”
이건 우리 세 사람에게만 통하는 표현으로 굳이 번역하자면 ‘자유 만세!’다. 공기에 든 흰쌀밥은 그대로도 맛있어 보이는데 접시에 담긴 밥에는 왜 그런지 소금을 치고 싶어진다. 우리 셋 다 그렇다. 하지만 예의 없어 보이고 소금을 과잉 섭취하게 된다는 이유로 어릴 적에는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성인이 되어 다행이다, 자유 만세’라는 의미다. 

 p.290-291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구성원에 대해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엄마, 아빠, 자식의 모습이 사회나 학교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기도 하고요. 에쿠니 가오리는 비범함을 통해 평범함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유별하고 이상하더라고 구성원이라면 가감없이 포옹해줘야 하는 애증의 관계. 세월이 지나면서 가족의 의미가 많이 변화되고 있지만 결국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따뜻한 곳은  가족의 품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모두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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