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마일 클로저
제임스 후퍼 지음, 이정민.박세훈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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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삼회담'의 영국 대표로 잘 알려진 '제임스 후퍼'. 영국 최연소 에베레스트 등반, 2008 《내셔널 지오그래픽》 올해의 탐험가로 선정되며 '도전'이란 단어를 새로 쓰게 만드는 장본이기도 합니다. TV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모습을 떠나 전 세계를 누빈 경험담을 쓴 에세이로 만나보니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책에는 제임스가 탐험을 시작하게 된 계기, 경험담, 실패담, 가족사, 친구들, 지금의 아내, 앞으로의 계획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어디는 디딜 발판만 허락한다면 땅이든, 바다든, 얼음이든 물물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제임스의 모습에 매료되었습니다.

​먼저 제목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원 마일 클로저'는 '1마일씩 목표에 가까이'라는 뜻으로 절친한 친구이자 삶의 동료인 '롭'과'앳킨스'를 기리기 위해 시작된 모금운동입니다. 2009년 몽블랑에서 불의의 사고로 잃은 두 친구의 이름을 되새기며 고인의 가족, 친구, 지인 전 세계의 모금인들이 자전거로 약 1,000km를 달리는 캠페인이랍니다. 마련된 기금은 우간다의 나랑고 중고등학교를 위해 쓰이고요. 참, 마음이 따뜻한 영국 청년이 아닐 수 없어요. '도전'이란 목표를 이루며 아프리카의 빈민 어린이를 위한 일까지 도맡아 하다니 말이죠.



《원 마일 클로저》는 제임스 후퍼가 열일곱 살 즈음 인생의 목표를 스스로 내딛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열다섯 살 때 가입한 사이클링 클럽을 계기로 더 큰 목표를 향해 나가는 제임스는 '모험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되고 스스로 고무되게 되죠. 처음엔 이런 목표들을 이루는 게 삶에서 어떤 만족을 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물론 한국의 복잡하고 빠른 변화에 길들여진 저로서는 영국적 마인드의 제임스가 이해가 가지 않았죠. '갖은 고생을 하면서 왜 저 산을 그토록 정복하고 싶을까?'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고요. 하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제임스가 무척 부러워졌습니다. 세상이란 틀에 맞지 않더라도 겨우 끼워 맞춰 어중간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와는 너무 대조적인 자유분방함과 호방함 일 테죠. 워낙 호기심과 모험심이 강한 탓도 있겠지만, 인생의 시련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대범한 성격이 좁은 한국 땅에서 아등바등 살고 있는 저에게는 신세계였답니다. 제임스는 자신을 뛰어넘어, 영국을 벗어나 전 세계를 무대로 활보하고 있는데 말이죠.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제임스는 친구인 롭과 앳킨스를 잃는 불의의 사고로 인생의 나침반이 고장 나는 일을 겪게 됩니다. 항상 탐험의 시작과 끝을 같이 하던 동료를 잃은 슬픔을 무엇에 비교하겠어요. 게다가 어머니의 충격적인 고백 후 사춘기의 제임스는 혼란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인생의 시련이 찾아오는 것일 뿐! 제임스는 낙담하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슬퍼했고, 충분히 그리워했으며, 다시 일어서서 인생을 시작할 힘을 얻게 됩니다. 그게 바로 '한국'이란 나라였는데요. 대학을 가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공부가 우연한 기회에 한국행을 자초했습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2의 인생을 얻게 되죠. 결국 시련을 또 다른 희망을 갖게 한다는 말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었어요.



외국인의 눈으로 들여다본 한국은 이런 모습이었나니 새롭더라고요. 인천공항에서 내려 시내로 들어오면서의 보이는 한국에 대한 첫 느낌은 잘 포장된 도로, 마치 로봇처럼 정렬된 반듯한 건물들, 쉴 새 없이 빠르게 전진하는 사람들의 열정, 알록달록 총천연색 등산복을 입고 산에 오르는 등산객 들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나의 꿈을 말함으로써 상대방과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계약서'가 생성된다. 꿈이든 목표든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으면 실행 과정을 냉정하게 평가하기 어렵고, 혼자만 알고 있으니 포기하기도 쉽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 나를 지원해 주는 사람들에게 내가 뭔가 할 것이라고 말하고 나면 그 일은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약속이 된다. (중략) 실행하지 않는 경우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신뢰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말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더 노력하게 될 것이다.

p107

 

 

'제임스 후퍼'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탐험가'라는 꿈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청춘은 원래 아픈 거야'라는 식상한 조언 보다 부끄러울 수도 있는 실패담, 가족사 등을 모두에게 공개하면서 시련을 기회로 삼고 앞으로 전진하길 멈추지 않는 제임스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꿈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동기부여 하고, 실패를 실패로 끝내지 않으며,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한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라고 조언합니다. 입시 교육으로 얼룩진 한국 사회에 제임스의 이야기는 어쩌면 나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힘들 때 꺼내보고 싶을 책으로, 잔잔한 울림과 용기를 주는 책으로 꼽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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