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초 밥상
이상권 지음, 이영균 사진 / 다산책방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몇 해 전 유행하는 대중 코드는 '힐링'이었죠. 바쁘게 살면서 미처 챙기지 못한 가족, 친구, 지인들과 힐링하는 것!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자연을 느끼기 위한 캠핑도 더불어 유행했는데요. 이제는 '쿡방'이 대세! 어딜 가나 요리 중. TV를 틀기만 하면 요리 프로그램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자연의 밥상인 들풀, 야생초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드네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오히려 열량 과다로 아픈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말이죠. 《야생초 밥상》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거칠고 날 것의 자연, 그러니까  정착하여 농경사회가 되기 이전의 식문화가 다시 돌아와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 여기저기 지천으로 깔린 야생초를 가지고 만드는 건강한 밥상. 관심의 대상에서 소외되었던 한국의 들풀들을 알아보고, 만들어 먹는 법, 유래, 효능을 알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어릴 적 여름방학이 되어 시골에 가면 동생이랑 지천에 깔린 풀들을 가져와 소꿉놀이를 했답니다.  이름 모를 풀들을 가지고 빻고, 잘라서 먹는 시늉을 하기도 했는데요. 그땐 자연이 주는 고마움이 너무나 당연해서 몰랐어요. 어른이 되어 도시에 살다 보니 발길에 차이는 풀들도 보기 힘든 귀한 것이 되어버렸다는 것을요. 《야생초 밥상》은 이름도 생소한 낯선 풀들이 주는 소박함과 자생력을 알게 된 귀중한 책입니다. 길가에 흔하게 피어 존재감이 미비한 작고, 볼품없는 풀들도 이름이 있고, 쓰임새가 달라 어떤 때는 약으로, 차로, 밥상에 올라 인간에게 모두 내어준다는 점에서 참 고맙죠. 이런 풀들을 인간들은 점점 잊어가고 있는데 말이에요.

 

 

 

"피죽 한 사발 못 얻어먹을 것처럼 말랐네"라고 말할 때 나오는 '피죽'. 전쟁 때 먹을 것이 없어 입안에서 까실 거리고 서걱거리는 피를 따다가 멀건 죽으로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는 영화나 책에서 본 것이 다였는데 직접 요리를 해보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책의 작가 이상권은 어릴 적 들과 산이 있는 시골에서 자가 다양한 야생초들을 알고 있는데, 그 식견이 참으로 뛰어나더라고요. 총 21가지의 야생초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항상 조연을 자처한 야생초를 당당히 주인공으로 데려와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내는데 처음 보는 풀들에게도 각각의 사연이 있는 것 같아 재미있었습니다. 하우스에서 재배한 식용꽃이 아닌, 자연에서 나온 원추리꽃, 해당화 꽃으로 만든 밥 편애는 보는 내내 눈과 입이 즐겁기도 했고요. 또한 강원도 청정지역에서 사는 민물김도 알게 된 귀중한 시간이었지요. 그밖에 광대나물, 쇠무릅,속매듭.댑싸리,소리쟁이,점나도나물,조팝나물,별꽃,무릇,황새냉이,메꽃,마름 등 다양하고 예쁜이름의 야생초들을 구경하는 맛도 한 몫합니다.


모든 게 빠르고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조용히 생각해 봅니다. 책을 읽는데서도 멀리서 은은하게 퍼지는 풀 내음이 느껴져 마음이 안정되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되네요. 점점 새롭고 세련된 것만 찾아가는 요즘, 투박하지만 정감 있고 자연스러운 우리 들녘의 풀들에게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떤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