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푸어 소담 한국 현대 소설 5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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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푸어, 하우스 푸어, 워킹 푸어, 허니문 푸어 등등 많은 푸어족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드디어 로맨스를 꿈꾸면 가난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모두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 낸 가난뱅이들인데, 사회는 연애를 택하면 가난 해진다는 요즘 사회상의 민낯을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유명한 영화 속 대사 '라면 먹고 갈래?'처럼, 하룻 밤의 실수가 평생 라면을 먹고살지도 모른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우리나라 청년들은 3포를 넘어 5포, 7포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어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의 이혜린 작가는 현재 젊은층들의 어려움과 고민을 로맨스와 결합해서 맛깔나게 버무릴 줄 아는 작가에요. 30대 그저 그런 평범한 회사원 다영과 20대의 영화감독 지망생 꽃미남 우현을 등장시켜 여성들의 연애 로망을 대리만족시켜주고 있죠.  이 둘은 일반적인 세상에서는 만나기 힘든 커플인데요. 역시 사랑은 고난을 뚫고 피어난다는 말처럼, '좀비 바이러스'때문에 가까워진 이 둘의 밀땅이 재미있습니다. 다영은 무정부 시절이 되기 직전, 강남의 부자에게 시집가 사랑도 없는 결혼을 꿈꾸기도 했기 때문에 바퀴벌레를 튀겨 먹더라도 연애냐, 사랑이 없더라도 한우에 최고급 집을 가진 결혼이냐 갈등하게 되죠. 30대 이상의 미혼 여성들은 이런 고민 한 번쯤 해봤을 거예요. 연애가 사실 밥 먹여 주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마치 작년 바다에서 유명을 달리한 수많은 사람들, 메르스 바이러스가 빠트린 대한민국의 상황을 비꼬는 듯,  소설 속 정부의 상황이 씁쓸하기도 하고요. 정부 비판자에서 정부의 일에 가장 열심히 참여하는 기회주의자 캐릭터 '엑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라 현실적이었어요.



​그 누구도 리더 자리를 주지 않았건만 자꾸만 사람들을 통솔하려 드는 40대 남자가 말했다.

"지금 잠이 문제예요? 누가 망이라도 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투덜이가 말했다.

"어허, 가만히 있으라잖아요. 정부가 나선 것 같은데 별일 있겠수?'

리더 아저씨가 말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쿡 터졌다. 정부다 나서면 빨리 죽을지도 모르는 나라다.

p77


 

대체 로맨스가 뭐길래, 꼬일 대로 꼬여버린 다영의 인생. 이제는 살기 위해 파지티브(좀비)의 아이스볼(눈알)을 수집해야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고.. 사랑을 하면 행복해 지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소설 속 상황은 로맨스를 찾으면 찾을 수록 가난뱅이가 되어버립니다. '사랑이 밥 먹여주냐?'라고 머리통을 쥐어박던 엄마의 말이 생각나네요. 강북 일대는 휩쓴 정체모를 전염병. 파지티브 보다 더 무서운 가진자들, 그리고 로맨스.. 그들을 뛰어 넘어 신사동 오피스텔에 고이고이 계시는 60만원 짜리 안티 에이징 크림, 옷장 안에 고스란히 계신 50만원 짜리 망사 속옷 세트와 재회 할 수 있을까요? 흥미진진한 뒷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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