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가끔 번역서 특히, 고전은 두고두고 읽기에 손색없는 책이라서 다른 출판사, 다른 번역가의 책을 여러 권 가지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도 그런 작품 중 하나에요. 이번엔 열린 책들에서 마치 나무에 걸려 있는 앵무새 같은 캘리그라피로 멋진 표지를 만들었네요. 참으로 만족스럽습니다. 게다가 좋아하는 '김욱동'번역가가 참여해 또 다른 번역의 길로 인도해 주었어요. 사실 선호하는 번역가가 있게 마련이지만, 저는 노련하고 매끄러운 김욱동 번역가를 좋아해 믿고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었답니다.
학교 다닐 때 필독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고전 중의 고전 《앵무새 죽이기》를 거의 10년도 넘어서 다시 펼쳐 본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독서에 대한 즐거움보다는 선생님의 강요나 어쩔 수 없는 숙제, 시험으로 읽었기에 큰 감동을 받지 못했답니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고, 세상 물정을 조금씩 알아가다 보니, 이런 내용이였나? 하는 새로움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참, 이상하지요. 인간이란.
때는 1930년 대공황으로 어수선한 미국의 모습의 통해 인종을 비롯해 인간이라는 탈을 쓰고 행할 수 있는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성장소설입니다. 그 중심에 백인 여자를 성폭행 했다는 죄를 뒤집어쓴 흑인을 대변하는 한 백인 변호사의 사건이 있어요. 거참, 세월이 반세기도 더 지났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에 관한 일들을 미리 예측이라도 한 듯, 흥미진진하면서 감동적으로 써 내려갑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바로 한국 사회에서도 만연하고 있는 일이죠. 장애인 차별, 학벌 차별, 성별 차별, 직급 차별 등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유리감옥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봤습니다.
난 네가 뒷마당에 나가 깡통이나 쏘았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새들도 쏘게 되겠지. 맞힐 수만 있다면 쏘고 싶은 만큼 어치새를 모두 쏘아도 된다. 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라.
P174
차별 속에서 자신의 소신과 신념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1930년대에 출간된 소설이 지금까지 널리 읽히는 건 고전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아직도 사회가 많이 바뀌지 않은 탓도 있겠지요. 대상만 바뀌었지 다른 이름의 차별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앵무새로 비유되는 사회적 악자들을 제목 그대로 괴롭히고, 짓밟고, 새장에 가두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