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트 마운틴
데이비드 밴 지음, 조영학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작년 방한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안겨주고 떠난 '데이비드 밴'의 신작 《고트 마운틴》이 나왔네요. 비극적인 가족사와 심연의 이야기를 건조하게 풀어내어 많은 독자들에게 이름을 알렸던 데이비드 밴. 한국에 소개된 전작 《자살의 전설》에서는 대자연 알래스카에서 벌어지는 '아버지와 나'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었죠. 이번에는 조금 더 확장되어 아버지와 나, 할아버지, 톰 아저씨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사냥'이라는 일을 통해 인간의 본능과 그 민낯을 묘사합니다.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곳 '고트 마운틴'에서 벌어지는 이틀간의 이야기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물어보고 있습니다.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가 그랬듯이 살인에 대한 죄책감과 정당성의 상충과 잔혹한 묘사는 혹 스릴러 물을 연상 시키기도 하네요. 성서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은 인류가 최초로 살인을 저지른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죠.  '우리는 카인의 후예'라는 작가의 말은 《고트 마운틴》을 이루는 커다란 맥입니다.  또한,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사냥이란 행위에서 살인과 존엄성이 서로 상충하면서 겪게 되는 심리묘사는 저에게는 무척 건조하고 무심하게 다가왔습니다. 현대문학의 젊은 거장이라는 별칭이 따라붙는 '데이비드 밴'의 작품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코맥 매카시','헤밍웨이'가 떠오릅니다.

 《자살의 전설》에서 보여준 여러 종류의 어류들, 이끼들, 낚시 용어들이 퍽 생경했는데, 《고트 마운틴》에서는 라이플이라는 총과 이름도 모를 풀과 나무들이 우거진 원시의 모습 그래도의 숲이 선하게 떠오릅니다. 생경한 것들이 등장해 흐름을 방해 할 수도 혹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하게 다가올 수도 있죠. 저는 후자에 속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책 속에 묘사하고 있는 자연의 풍경은 마치 가이아의 품처럼 포근하고 풍요로울 수도 있겠지만, 공룡을 멸망 시켰듯이 인류 전체를 없애 버릴 수도 있는 무서운 존재이기도 할 것입니다. 대자연 속에서 한낱 미물에 불과한 인간을 지켜보고 있는 '고트 마운틴'은 참 신비로운 곳이기도 합니다. 책은 심오하기도, 난해하기도 하지만,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느끼게 되는 수치스러움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만큼 인간은 자연 앞에서 또 존엄한 인간 앞에서 그저 동물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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