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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지음, 이장미 그림 / 한겨레출판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국민 작가 공지영이 들려주는 엄마로서의 충고와 격려의 말 한마디. 그리고 힘이 되는 요리법.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기분 전화에 꼭 필요한 음식(과학적인 근거도 가득한?)을 엮었다는 점에서 독특한 책입니다. 유독 작년과 올해, 우리는 대국민적인 아픔을 겪었으며 현재 겪고 있습니다. 《즐거운 나의 집》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공지영 작가의 딸 위녕에게 따뜻하면서도 엄격하게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엄마로 돌아온 공지영 작가. 제가 다 위로받은 것 같아서 힘이 되었습니다.
사실, 인간은 먹는 즐거움을 피할 수가 없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인생의 8할인 분들도 많이 계실 테고요. (저도 포함) 우울하거나 즐거울 때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음식이기도 한데요. 먹방, 쿡방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요즘과 잘 어울리는 에세이란 생각을 했어요.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푼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통계치를 본 적이 있는데요. 뿐만이 아니라, 음식을 직접 요리해 먹는 것(거창한 요리가 아니더라도)은 굉장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합니다. 책도 읽고, 요리법도 배워보고, 스트레스도 날려주는 1석 3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책으로 효과가 아주 좋았어요.
사랑하는 딸, 인간의 세포는 6개월마다 모두 바뀐단다. 그러니 인스턴트 음식에 쌓였던 먼지와 싸구려 기름기, 그리고 합성 조미료에 지친 네 세포들에게 좋은 것들을 주자. 너는 소중하니까.
p109

한가지 조심해야 할 팁이 있다면, 한밤중에 읽다 보면 냄비에 라면 물 올리고 있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지도 몰라요. (아침에 부어버린 내 얼굴 돌리죠..) 사진은 없고, 글로 되어 있는 레시피지만, 그 과정을 생각하고 완성된 음식을 상상하다 보면 침이 꼴깍! 새벽에 여러 번 위기의식을 느끼고 온갖 자제력을 발휘하기도 했답니다.
우선 소면 삶을 물을 끓이자. 물이 끓는 동안 2인분 기준으로 했을 때 김치를 작은 주목 정도만큼 꺼내 송송 썰어. 여기에 간장을 밥숟가락으로 두 숟가락. 설탕 한두 숟가락(엄마는 이 국수가 약간 달달한 게 좋아 두 숟가락 정도 넣는데 단것을 좀 싫어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그때는 한 숟가락이 좋아), 참기름 맘대로, 깨 맘대로 부어 대충 섞어 놓아. 물이 끓으면 국수를 넣고 기다리다가 물이 끓어넘치려고 하면 종이컵 하나 정도로 찬물을 다시 부어주고 그게 다시 끓으면 1분 정도 기다렸다가 재빨리 국수를 찬물에 담가 씻는다. 뜨거운 물에 불어난 국수를 찬물에 재빨리 넣어서 국숫발이 쫀쫀해져. 만일 손님이 온다면 여기에 오이를 채 썰어 올리고 달걀을 삶아 반쪽 올리면 돼.
p124
근데 희한하게 휘황찬란한 조리기구들과, 먹음직스러운 사진, 멋들어진 식기들이 등장하지 않지만 세련돼 보이고, 따라 하고 싶어지는 건 뭘까요? 백종원씨가 인기 있는 이유와도 비슷할 거란 생각인데요. 정확하고 까칠할 것 같은 셰프들의 세계에서 푸근하고, 대충대충, 실수투성이인 요리사. 이웃집 아저씨 같기도 한 인상과 말투는 사람들에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주거든요. 《딸에게 주는 레시피》도 그랬어요. 다른 요리책에는 t스푼으로 2숟가락, 50ml의 올리브유, 오븐에서 5분 가열 등 실생활에서 써먹을 수 있는 요리들과는 좀 동떨어진 레시피들이 많았죠. 하지만 《딸에게 주는 레시피》에 나오는 레시피는 무척 간단! 대충! 없으면 말고! 였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식점에서 먹는 것처럼 집에서도 분위기를 낼 것!
앞으로 더 많은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 젊은 친구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특히 딸아이를 키우고 계신 분들은 읽어보시면 여러분들도 그랬듯이, 쉽지 않은 인생의 선배로서 해줄 말들을 공지영 작가가 대신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결혼한 딸에게 엄머가 해줄 수 있는 일 중 하나! 바로 딸을 위한 레시피 노트겠죠. 공지영씨는 작가니까 먼저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고, 베푸는 일, 하고 싶은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열정, 스트레스는 엄마표 밥상으로 뚝딱뚝딱 먹고 힘내는 단순함!도 같이 알려주고 있어요. 모두 배워두고 따라해 보고 싶은 일들입니다. 요리와 책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려준 고마운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