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과 방황 사이의 여행자《파리 빌라》

파리 빌라 - La Villa de Paris
윤진서 지음 / 달 / 2015년 5월

몇 편의 여행 영화를 본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소설 《파리 빌라》. 우리가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이유 중에 하나는 대리만족을 위해 서일 텐데요. 《파리 빌라》는 '여행'과 '사랑'이라는 테마에 대한 갈망을 텍스트로 표현한 소설입니다. 특히 배우 윤진서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선입견을 갖게 만들었지만 마지막 장을 넘길 때면 기우였다는 느낌이 드네요. 배우는 역할에 따라 다양한 인생을 대리만족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윤진서씨의 판타지는 어떤 것일지 호기심이 들었어요.

《파리 빌라》에서는 두 여자가 등장합니다. 이 둘은 친구 사이이며 서로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합니다. 특히 책의 큰 테두리는 뉴욕을 시작으로 파리에서 인도로, 남프랑스 마르세유와 아비뇽을 지나 아테네로. 발길 닿는 대로 또 다시 로스엔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는 여행지에서의 하룻밤이 굉장한 낭만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떠나는 여행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배우고, 위로받고, 또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되죠.

​사랑은 하나의 끈으로 이어져 있어. 그 하나의 끈을 계속해서 엮어나가는 거야. 한 번 끊어질 때마다 사랑이 없어졌다고 믿어버리면 사랑에 도달할 수 없어. 결국 네가 하는 사랑은 어떤 색도 아닌 너의 색을 띠게 되지. 원래부터 끈은 스스로 만들고 엮게 되어 있는 거야. 사랑을 마음 안에 가지고 있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긴 끈을 갖게 되는 거야. 

p105

소설 속에 자주 언급되는 영화들을 떠올려보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비포선라이즈>,<비우티풀>,<홀리모터스>,<장미의 장례행렬> 등 주옥같은 영화들의 재등장에 설렙니다. 이별을 치유하기 위해 떠난 여행기는 작품활동을 쉬면서 윤진서씨가 직접 다녀온 여행지를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카페와 레스토랑도 직접 찾았던 곳이고요. 마지막 부분에 발리 해변의 서핑하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서핑 또한 홀로 떠나는 여행에서 즐기는 스포츠라는 인터뷰 기사를 읽었어요. 그래서인지 소설 속의 이야기들이 '윤진서'라는 사람을 대변하고 있는 한권의 집약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20대에 썼던 에세이와 30대에 쓴 소설로 인해 이제는 배우와 작가라는 두 가지 호칭이 어울리는 배우이기도 한 '윤진서'씨.  읽어보니, 30대 여성에게 크게 어필 할 수 있는 감수성과 필력이 모든 것을 멈추고 책 속에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어요. 윤진서씨가 맡았던 배역들처럼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그런 끌림 있잖아요.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작은 떨림을 만들어 주는 소설 《파리 빌라》와 오늘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