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열흘
아데나 할펀 지음, 황소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만약에 29살 나이에 차에 치여 죽었다면 어떨 거란 생각이 드시나요? 살아 있을 때 해보지 못한 것들이 생각나면서 억울할까요? 부모님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와서 안타까운가요? 아니면 어차피 죽는 거 일찍 왔다가 남들보다 조금 일찍 간다고 생각하고 쿨하게 넘겨 버릴 수 있나요? 책 《내 생애 최고의 열흘》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만약에 나라면 어땠을지 무한한 상상과 몰입을 이끌어준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 소설입니다. 에이미 아담스 주연의 영화화 제작 소식도 전해진 터라 더 재미있는 독서가 되었죠.


소설의 줄거리는 이래요. 주인공 '알렉산드라 로렌필드'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던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기적의 외동딸로 남부럽지 않은 경제력을 지닌 가정에서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란 스물아홉 살 아가씨입니다. 어느 날, 반려견 복숭아와 산책을 하던 중 어이없게도 미니 쿠퍼에 치여 사망하게 되고, 어찌 된 영문인지 정신을 차려보니 '천국'에 와있더랬죠. 하지만 행복한 천국에서의 생활도 잠시, 최고의 천국 일곱 번째 천국에서 네 번째 천국으로 강등될 위기에 처한 알렉산드라, '내 생애 최고의 열흘'이라는 에세이를 써서 통과되어야지만 일곱 번째 천국에 머물 수 있다는 미션이 떨어집니다. 갑자기 죽은 것도 어이없는데, 죽어서도 황당함 속에 놓인 알렉산드라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차분하게 열흘을 되짚어 봅니다. 그 과정에서 짧다면 짧았던 스물아홉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부모님, 조부모님, 친구, 첫 경험, 연인, 인정받았던 기억 등을 반추하며 알렉산드라는 차츰 성장해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킥킥거리면서 단숨에 읽어 내려간 것 이유는 작가의 필력 때문이에요. 68년 생인 '아데나 할펀'은 알렉산드라의 엄마와 아빠의 전성기, 친구 앨리스의 전성기를 완벽하게 그려 넣습니다. 그때 태어나지 않았지만 이미 영화와 책으로 60년대를 알고 있어서 이해하는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게다가 스물아홉의 아가씨가 관심 있어 할 만한 브랜드와 패션, 남자 , 감성 등을 마치 스물아홉인 양 펼쳐놓고 있어요. 또한 일곱 번째 천국에는 상상하는 대로 실현되는 마법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차고 넘치죠. 천국에도 등급이 있다는 설정이지만 이런 천국이 이곳보다 낫지 않을까요?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떤 장면이 어떻게 구현될지 상상하면서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 지게 가있더라고요.


​《내 생애 최고의 열흘》를 단순한 하이틴 소설, 혹은 로맨스 소설이라고 가볍게 여기만 안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스물아홉 철부지 상속녀였지만, 나름 화려했던 과거와 퇴폐적이었던 지난날을 돌이켜 보며. 부모님과 조부모님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사랑하는 친구들과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계기를 갖게 됩니다. 죽음이란 이렇듯 인생을 고찰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누구나 자신의 죽는 날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은 오늘도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면서 투덜거리면서 시작했던 에세이는 '굳이 이곳이 아니더라도 이만큼 살아왔다면 그래도 즐거운 인생이었어'라는 깨달음을 남겨줍니다. 우리는 항상 내 곁에 있을 것 같아서 소중함을 몰랐던 사람들과 함께여서 빛나는 인생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어제 죽어간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라는 말을 떠오르네요. 오늘 하루도 헛되이 보내지 않고, 감사하고 소중하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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