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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평점 :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터지는 원작의 영화화 소식! '원작을 뛰어 넘는 영화가 없다'는 일종의 징크스는 요즘은 무색한 이야기일 껍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확보된 독자층이라는 달콤한 장점이 있지만, 작가만의 유려한 글솜씨로 춤추게 만드는 활자를 독자는 무한한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구축하죠.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캐미스트리에 실패하면 원작을 기반으로 했다고 해도 몰입도가 반갑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텍스트의 상황을 한 컷으로 담아내기란 쉽지가 않기도 하구요. 그래서 인기 있는 원작을 영화나 드라마로 옮기기는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기를 누린 웹툰 <미생>의 드라마성공으로 더욱 불붙은 원작의 이미지화는 이게 곧 개봉하는 동명의 영화<내 심장을 쏴라>로 옭겨졌습니다. 요새 또다른 원작 영화화를 예로 들면 '개훔방'이라고 불리우며, 월메이드 영화로 톡톡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도 있어요. 원작을 너무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었고, 미국이라는 배경을 한국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떻게 각색될까 기대가 많았던 영화였어요. 물론 재미있게 봤고 또 보고 싶은 영화로 기억 됩니다.
정유정 작가의 책은 《7년의 밤》으로 처음 만났는데요. 12시간이라는 비행시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준 소설이기도 합니다. 그 후로 정유정이라는 작가의 책들을 찾아 읽어보기 시작 했고, 《내 심장을 쏴라》로 접어들었죠. 여성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주저없는 과감한 필체와 빠른 전개는 책을 한번 펼치면 앉은 자리에서 끝장을 보게 만드는 책이기도 합니다. 마흔이 넘어 작가로 데뷔하기까지 간호사로 일하면서 겪었던 경험이 고스란히 소설 속에서 숨쉬고 있는 듯 합니다. 《내 심장을 쏴라》도 그렇고, 《28》,《7년의 밤》도 사람을 죽이는 방법이나, 의학적인 의문점들이 막힘 없이 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유라고 해도 괜찮겠죠.
그래서 책장 안쪽에 자리 잡은 소설 《내 심장을 쏴라》를 발견하고 다시 들춰 보았답니다. 물론 지금은 최고의 작가가 된 정유정의 초기 작품으로 정신병동에서 일어나는 스물다섯 동갑내기 친구의 동거동락과 우정을 그리고 있는 소설입니다. 주연 배우로 이민기와 여진구가 캐스팅 되면서 제가 생각 했던 수명과 승민이 되살아 났습니다.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하는 소재가 여럿 있죠? 그당시 저는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본 직후라서 정신을 살짝 내려놓고 보기에 딱 좋은 소설이였다고나 할까요. 서로 다른 성향의 자아를 다스리고 꺼내고, 숨기며, 도망치는지 빨리 영화로 만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