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렐렘
나더쉬 피테르 지음, 김보국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세계 문학을 소개하는 출판사 '아르테'에서 독특한 헝가리 작가 '나더쉬 피테르'를 만났습니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거론 될 만큼 독창적인 아우라와, 기자와 포토그래퍼라는 이력의 소유자 이기도 하더군요.  쉽게 접할 수 없는 나라의 문학은 국경을 뛰어 넘어 (비록 번역이라 모두 다 알 수는 없지만) 작가의 생각과 문화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늘 설레임을 동반하는 작업입니다.

 

 

특히, 무엇보다 독특한 것은 마치 글이 춤을 추고 있는 듯 한 '문자의 이미지화'일껍니다.  <세렐렘>을 접해 본 독자라면 하나에서 열까지 입을 모아  같은 이야기 할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의 '이상'이 떠오른다고나 할까요. 단어의 뜻, 말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해하려하면 할 수록 알 수 없는 구렁텅이로 계속 해서 빠져들고 마는 블랙홀과도 같은 소설입니다.

헤어지자는 말을 하기 위해 연인의 집에 찾아 온 남자는 그녀가 권하는 마리화나를 피우게 됩니다. 그 후부터 시작 되는 정신착란, 계속되는 환상, 현실과 구분되지 않는 망상이 텍스트로 구현 되는 과정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소설입니다.

 

 

이 책의 제목 《세렐렘》은 헝가리어로 '사랑'을 뜻 합니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오묘한 단어 '세셀렘'.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사랑'의 이미지를 단숨에 무너트리는 이 책의 서술 방식은 깊은 여운을 남겨 줍니다. 원래 '사랑'이라는 게 칼로 잘라낸 듯 반듯하고 깔끔하게 끊어지는게 아닌 만큼 남자는 이미, 여자의 집에 들어선 순간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지 못함을 짐작했을지도 모를일이죠. 난해한 네러티브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책을 덮고나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세렐렘》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꺼져가는 의식을 붙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전달 받을 수 있었어요. 인간은 사랑 앞에선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죠.

 

우리는 너무나 많은 일에 스스로 의미부여를 하고, 결정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살아갑니다. 때로는 규정 짓는 행동이 오히려 그 뜻을 망쳐 버리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바로 전세계의 만국공용어인 '사랑' 이란 단어는  '무엇이다'라고 의미를 부여 한 순간 떠나가 버리는 '나비의 날개짓'과도 같습니다. 그냥 어떨 때는 있는 그대로를! 혼란스러움을 받아들이고, 즐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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