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정원 -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혜영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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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스탠드의 불빛을 가로등 삼아 그림자 놀이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벽을 스케치북 삼아 손으로 만들어 낸 동물들과 밤새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던 때 말이다. 불빛에 가까이 가면 커지고 멀어지면 작아기 때문에 비추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움직임을 자유자재로 구현 할 수 있었다.

 

올해 제 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비밀정원》​은 그림자 놀이와도 닮았다. 이 책을 가까이 두고 읽다보면 감정이입이 커지고 멀리 두고도 자꾸만 생각나는 책.또  내 마음대로 상상의 날개를 편다. 지금 계절에 노관은 어떤 색을 입고 있을지, 노관의 사람들은 매일매일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 내심 걱정반 근심반 궁금해 진다. 《비밀정원》을 읽는 동안 여름방학을 외갓집에서 보내고 온 아이 마냥 신이 났었다. 시골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떄가 많다. 외할머니의 저녁먹으로 들어오라는 부름을 맞이한 듯, 노관은 독자들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글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면서도 작가의 대단한 도전이기도 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화 시대, 자고 일어나면 포털 사이트의 한줄짜리 기사로 세상만사가 결정되는 우리들에게 느리게 흘러가는 노관의 시계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작가 특유의 유려한 글솜씨와 비유법은 새삼'모국어의 아름다움'을 깨우치게 해주었는데,  무감감하고 무분별하게 쓰고 있었던 모국어의 재발견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봄은 순찰대처럼 집집마다 문을 두르리며  방문 했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오는 노관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별들은 특별한 밤을 위해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등장하고 있었다

 

반짝이는 밤 하늘의 수 많은 별들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제목이 주는 엄마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화자인 나(요)를 통해 전달 된다. 내가 보는 노관의 모습들은 이 책의 기본 인물들의 관계도를! 학교 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일은 작은 사회라는 느낌이 든다. 다소 충격적인 삼촌과 어머니의 스캔들은 잔잔한 호수에 던지는 돌맹이와도 같이 내 삶을 흔들어 놓는다.  게다가 둘 사이에서 생긴 '요정 (딸)'까지 《비밀정원》은 크게 세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진 특이한 소설임에 틀림없다.


누구나의 마음 속에 노관이 있을 것이다. 멈춰 버린 시간, 잊고 싶었던 과거 '노관'은 우리들에게 그런 곳이다. 오래된 사진첩 속 하얗게 바랜 테두리는 또 어떤이들의 추억이 머물다 간 자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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