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더킨트
니콜라이 그로츠니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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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천재 피아니스트 소년의 이야기'란 부제를 갖고 있는 '니콜라이 그로츠니'의 장편 소설 《분더킨트》는 영재 피아니스트로서 음악학교에서 청춘을 보낸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 투영된 성장소설이다. 그의 멘토 '일리야 삼촌', 천재적인 동료이자 경쟁자 '바딤', 수호천사 선생 '무당벌레', 시크하고 쿨한 연인 '이리나'등의 주변 인물들과의 우정과 사랑을 통해 콘스탄틴은 성장한다.

마치 걸레 빤 물을 끼얹은 듯한 회색 도시, 불가리아의 소피아는 붕괴 된 동구권 체제와 반항끼 가득한 천재 피아니스트 '콘스탄틴'과도 절묘하게 어울린다.  끓어 오르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콘스탄틴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소하고, 음악을 통해 버무린다. 모든 세상이 싫고 나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외로움과 절망을 주인공은 '음악'을 통해 치유하고 작가는 '소설'을 통해 치유 받는다.

장장 458p의 페이지 속 어지러운 단어들과 내용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채, 자신만의 음악적 악장에 같혀 버린 콘스탄틴의 정신적인 방황을 그려 넣은 듯하다. 《분더킨트》라는 큰 악보 속에 단어 하나하나가 춤을 추는 것과 같이 떠돌아 다니는데. 자칫하면 수많은 음악적 용어들과 콘스탄틴의 상상력으로 얽힌 환상과 거친 표현이 '난해한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을 우리들의 사춘기를 한권의 소설로 완성한  '니콜라이 그로츠니'는 제목 그대로의 '분더킨트(신동)'임을 입증한다.  《분더킨트》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아직도 청춘의 방항과 슬픔을 다루는 '무라카미 하루키'와도 우리나라의 대표 청춘 작가 '박범신'의 작품과도 오버랩되었다.

 

작가가 가장 친애하는 음악가들의 악장으로 구성된 총 25편의 각장의 제목을 갖고 있다. 각 장의 제목은  베토벤, 바흐, 라흐마니노프, 브람스, 무소르니스키 등이 쓴 피아노 곡의 이름이 붙어 있다. 각각의 음악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이다.

​음악 학교라는 거대한 가면을 쓰고, 이미 무너져 내린 동구권의 체제의 꼭두각시 놀이를 하고 있는 선생과 친구들 사이에서 의미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콘스탄딘은 '나만의 음악적 방식' 찾아 완성하는 것만이 저항을 위한 최대의 수단으로 간주한다.

현 대한민국의 세월호 사태를 보고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드는 생각 . 15세의 어린 콘스탄틴도 느끼는 정부의 무능함과 체제 주입을 왜 우리들은 알아채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답답할 뿐이다.

​작가의 특이한 이력과 독특한 문제를 갖고 있는 《분더킨트》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는 여러 애호가와 체제의 감옥안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여러 독자, 혹은 음악적 재능과 문학적 재능의 콜라보가 주는 '선율을 따라 연주하는 듯한 언어의 향연'을 느끼고 싶은 여러 독자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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