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지 부부 - 국적 초월, 나이 초월, 상식 초월, 9살 연상연하 커플의 무일푼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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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 들어도 빵터지는 《글로벌 거지부부》. '부창부수'라는 말이 있다. 남편이 노래하면 아내가 따라한다는 말로 서로 잘 맞는 화기애애한 부부를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박건우씨와 미키씨를 보고 있으면 '정말 자~알 만났다!! 부창부수가 따로 없네'라는 말을 자꾸만 내 뱉게 되는데. 서로 특별하기에 더욱 끌리고, 남들과는 다르기에 오히려  동질감을 느끼는 커플. 정말 이상해도 너무 이상해서 재미 있는 책이다. 

한국남자와 일본여자가 태국에서 만나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혼에 골인하기까지의 스토리, 그리고 무일푼과 집도 절도 없는 상태를 반복하며, 발길닿는대로 여행을 다니는 과정을 담았다. 저자(주인공 박건우씨)의 재치있는 입담이 책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데, 시종일관 키득거리며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둘의 첫 만남에서일어난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일종의 데이트였다고 말하고 싶은  만남에 여자라면 꾸미고와도 시원치 않을텐데 '비듬 쌓인 어깨'라니...​  건우씨는 그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이야기 한다.

무심코 미키의 어깨를 보자 한눈에도 출처가 분명한 미듬이 도넛 위에 뿌려진 설탕 가루마냥 데코레이션 되어 있었고 그녀의 모든 손가락엔 장기간 퇴적된 듯한 검은 때가 손톱의 여백을 메우고 있었다. 보통 '이성과 약속이 잡히면 평소보다 거울 한 번 더 보는 것이 여자'라는 고정관념을 멍키 스패너로 내려찍는 이 여자. 나는 살면서 이런 장르의 여자는 처음 본 나머지 이때부터 기이한 끌림을 느끼지 시작 했다.'​

 

 

 

건우씨 커플은 여행하면서  가히 충격적이며(?) 적나라한(?) 일들이 종종 마주친다. 나였으면 사나흘간 우울의 구렁텅이에 빠지고도 남았을 일들을 그냥 '웃음'으로서 해결한다.  사진 속 미키와 건우씨의 표정에서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과 믿음, 인생의 동반자를 얻은 단단한 느낌, 삶을 즐기는 자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한국이라는 학벌위주의 상하관계에서 살아가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건우씨는 태생부터 삐걱대기 시작했고, 그래서 늘 변방의 아웃사이더였다. 미키 또한 특이한 집안가풍과 가난으로 생계형. 활동형 히키코모리를 자처하고 나서있는 열악한 상태. 그러나 이 둘은 누구하나 토다는 법 없이 서로의 생활과 가치관을 이해하고 , 인정한다.  9살 연상(미키)의 격차와 언어와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아무 문제 될 것 없다. 조금은 걱정이 되고, 그래서 더 많이 부럽기도 한 커플이다.

여행이란 무작정 떠날 때, 의미 있고 즐거운 여행이 된다. 계획대로 척척 일이 맞아 떨어지면 얼마나 좋으련만 우리내 사는 세상에도 늘 계획에 없는 사건사고 투성이니 말이다. 그러니 떠나고 싶다면 어디든 떠나보자! 사실, 계획 없이 무일푼으로 떠나는 여행은 얼마나 짜릿한 선물을 안겨주는지 건우씨 커플을 통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언제쯤 두 사람처럼 떠나보나 싶기는 하지만...

책 속의 한줄

 

 

 

사회라는 틀안에 끼어들 수 없다고 해서 낙오자. 실패자가 아닌, 저들과는 동떨어져 나만의 페이스로 인생을 사는 두남녀의 자유로움과 패기에 박수를 보낸다. ​자기 인생이 좀처럼 보잘 것 없어 보일때, 가난이라는 굴레에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 절망적일때, 혹은 잉여의 구렁텅이 속에 빠져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기타등등 자기가 보잘것 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당신'이라면, 《글로벌 거지부부》를 살짝 권하고 싶다. '당신'도 늦지 않았음을, 세상은 당신을 품어 줄 수 있는 여유가 아직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당신만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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