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십자가 2
김종록 지음 / 김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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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600년'은 우려먹을대로 먹어 식상해 진지 오래. 요즘 재평가 되고 각광 받고 있는 시대가 바로'고려'다. 저 멀리 아라비아 상인들과도 무역을 했으며, KOREA의 어원 '고려'가 탄생한 판타스틱하고 다체로운 이갸기가 무궁무진 한 시대. 그래서인지 드라마 <정몽주> , <기황후>  영화 <활>, <쌍화점> 등 고려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문화 컨텐츠들이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고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부쩍 커지고 있는 시점에 《붓다의 십자가》를 만났다.

 

《붓다의 십자가》는  역사적 사실(fact)에 이야기와 상상력을 붙인(fiction) '팩션'소설이다. 고려의 팔만대장경판에 경교(기독교)의 내용이 포함 되었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붓다의 십자가》. 팩션이란 본디, 작가의 세심한 고증이 뒷받침 되어야만  재미와 감동이 배가 되는 법이다. 작가는 무신정권, 몽골의 친입, 팔만대장경판이라는 역사적 근거와 수기,김승, 최이, 탁연, 심경, 일연, 정안, 선사 소군, 이규보, 유승단 등  실존 인물들을 등장 시킴으로써  탄탄한 뼈대를 만들었다. 그 뼈대에 상상력이라는 살을 덧붙여  《붓다의 십자가》를 완성시켰다. 이전의 《뿌리깊은 나무》나 《바람의 화원》《다빈치 코드》가 오버랩되며, 빠른 전개와 유려한 글 솜씨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영화나 드라마의 판권도 기대해 봐도 좋겠다.

 

주인공 '지밀'은 대나무 같이 곧은 인물이다. 부러질지언정 굽어지지 않는, 그런 대쪽 같은 성품을 가진 청청비구다. 이러한 성격이 득이 되기도 하고,  주변인들이 해를 입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지밀은 《붓다의 십자가》중심 축으로 종교가 가지는 무시무시한 힘과 파괴력을 '중도'로써 지켜나가고자 했던 인물이다.

특히 스님의 신분인 '지밀'이 이단이라고 생각했던 경교(기독교)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  김승을 찾아 변산반도의 경교도 마을을 찾았을 때 닥쳤던  알 수 없는 존재와 소리로  고난을 겪는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눈이 보이지 않고서야 비로서 지밀은 불교와 경교의 깨닮음을 동시에 얻게 된다. 마치' 원효대사의 해골물' 처럼 소경을 통해 편견 없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눈을 얻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편견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얼마나 재고, 자르고 멋대로 생각해 버리는가? 이상향의 세계인 김승의 경교도 마을에서는 몸이 불편한자. 신분이 낮은자. 모두가 평등한 만민이다. 불교가 꿈꾸는 세상도 경교가 꿈꾸는 유토피아도 모두 김승이 만들어낸 마을에서 보인다.

 

불교와 기독교가 섞인 아리송한 제목은  출간당시 '지밀의 서'라는 제목이 유력하게 거론되었지만, 작가의 강력한 주장으로 《붓다의 십자가》로 최종 결정 되었다는 풍문. 아마 이 소설을 흥미 있게 읽어 내려 갈 수 있었던 원동력중 하나는 아귀가 들끓고 있는 이 세상에 메시아(세존)을 기다리는 중생들의 마음이 , 대한민국의 현주소와 많이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진실과 대면한다. 내가 믿어 왔던 '진실, 진짜'라고 믿었던 것들이 어쩌면 조작된 것, 가짜일 수 있다고 믿었을 때 받을 충격은 오래동안 트라우마로 남게된다. 조작된 진실로 후대에 기록되어 있는 일들이 꽤 많은 것이다. 《붓다의 십자가》를 통해 정치적으로 덮어지고 조작된 여러 사건들의 이면에 어떠한 이야기가 있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또한 작가의 탁월한  어휘실력에 (고어,불교어, 순우리말,사자성어 등등) 탄복하며, 그동안 내 미천한 어휘력을 뒤돌아보는 계기도 되었고,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던 소설로 기억 될 것이다.

역사에 관심이 많고, 팩션과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권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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