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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의 비애 세종의 눈물 2 - 조선 정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왕실 최대의 비극, 개정증보판 ㅣ 단종의 비애 세종의 눈물 2
유동완 지음 / 휴앤스토리 / 2026년 5월
평점 :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인해 단종, 세조, 세종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얼마 전 가족 여행으로 문경에 갔는데 문경새재 세트장을 구경하고 오기도 했다. 곧 단종과 세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몽유도원도>가 개봉하니, 반드시 이 세 인물을 파악해 두는 게 필요했다.
단종은 적통 중의 적통의 피를 물려받았다. 원손-왕세손-세자- 국왕이 된 유일한 계승자다. 할아버지 세종 승하 한 닷새 후 아버지 단종이 즉위하였고 다섯 달 후 10살에 왕세자로 책봉된 인물이다. 문종이 세상을 떠나고 조선의 정치는 급격하게 흔들렸다. 세종이 만들어 낸 기틀이 사실상 이어받게 된 12살 이홍위는 새로운 판에 희생되기 충분했다. 그와 별개로 학문적 열의와 국정 책임감은 출중했다. 세종, 문종, 단종은 똑똑하지만 무예는 어려운 공부벌레학자, 학문군주 스타일이었던 거다.
어렸지만 허수아비로 전락하지 않고 유교적 군주로 최종 결정을 내리려고 자각했다. 사냥을 즐겼고 할아버지를 그리워했으며 학문도 게을리하지 않았던 세종 보다 더 잘 될 왕이 될 상이었다. 부모도 아내도 없이 왕이 되어 힘이 약했지만 혼자서라도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수양의 무리한 혼인 추진으로 약해져만 갔다. 혼인은 수양에게 미혼의 어린 군주에게 가할 폐위나 찬탈의 범퍼이자 권력 재편의 의미였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인터뷰 차 장항준 감독을 만났을 때 그는 단종 이야기를 꺼내 이유를 두고 이렇게 정의했다.
"단종은 태어날 때부터 왕이었던 사람이다. 원손, 세손, 세자, 왕이 된 유일한 적통 코스를 밟았던 인물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왕이고 할머니와 엄마도 왕비였던 적통 중의 적통이다. 세종의 총애를 받은 총명함, 문종도 단명했을 뿐 훌륭한 왕이었고 혈통을 이어받아 심지도 곧은 사람이었다. 대신들도 큰 인물이 된다는 기대가 컸다."
그 여파로 읽어 보게 된 책 《단종의 비애 세종의 눈물》 두 권은 단종이 비극의 역사에 이름을 새겨 넣어야만 했나, 그 원인을 추적한다. 즉 구조적 원인과 배경을 찾는 과정인데 중심에는 세종과 문종의 통치 과정에 있다는 의견으로 진행된다. 단종이 왕의 지위를 회복하기까지 241년이 되었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 속에는 정치적 잇속이 자리하고 있었다. 권력을 행사할 때 원칙과 규범이 흔들리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역사서라고 고리타분하고 어렵지만 않다. 태종을 상왕으로 한 세종을 즉위를 두고 '인턴 왕'이라 하거나, 세종 즉위하고 경연을 치르는 제도를 두고 국가 원수와 참모, 장관이 '스터디 그룹'을 결정했다고 비유한다. 세종이 새로운 제도 도입을 앞두고 실제 농민의 형편과 생각을 조사하게 하는 일은 '국민투표', '대규모 여론조사'에 예를 든다. 세종이 문종의 두 번째 세자빈을 뽑을 때 '왕실 간택 대회'를 연다는 표현도 한다.
이 세 인물의 비극을 단순히 감정을 향해 읽어가는 것도 좋지만, 그 안에 함의된 정치적 변화와 권련 구조의 재편이 조선이란 나라 전반에 끼친 영향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다. 비극의 아이콘을 떠나 충절과 비극의 상징으로 추앙받으며 신격화된 과정까지 조명했다. 정통성의 판단, 충성과 현실 정치의 시각, 인간 운명의 관점 것들이 담겨 있다.
특히 어질고 똑똑하며 백성을 사랑했던 세종의 이면을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세종의 유교 정착은 제도, 이념적 차원에서 성과를 거두었지만 백성들의 생활까지는 아니다. 성군의 시대와 실질적인 사회 모습은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풍수지리 논리, 길흉화복 이념을 극대화해 신하를 의금부에 가둘 정도로 과도했다.
백성들에게도 유교 예법을 따르지 않거나 민간 신앙에 의존하면 벌했다. 내로남불 생각으로 벌어진 이들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세종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조선의 군주이기 이전에 자연재해나 미신을 극도로 믿었던 두려움 많았던 왕은 무당과 법사를 따랐던 어느 대통령의 롤 모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이 책이 왜 2020년 출간되고도 계속 인기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개정판에는 서사적 내용의 보완은 물론 유배지 지도를 추가 삽입해 이해를 높였다. 특히 노산군으로 강봉된 이홍위가 유배 생활을 하게 되는 자세한 타임라인은 2권에 수록되어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이면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다.
역사는 언제나 반복된다. 그동안 다양한 미디어에서 보여 준 것처럼 세종은 성군이고 수양대군은 악인이며 단종은 피해자라는 인식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다. 21세기에 새롭게 재해석된 영화, 책, 드라마가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인물을 재평가하는 도구다. 진실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을 뒤집어 보고, 낙인찍힌 무엇도 다르게 보면서 비판적이고 좋은 생각을 해보는 건 어떨까. AI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역사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성찰이 책 속에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