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도 없고 점 보러 간 적도 없지만 은근 미신은 믿는 편이라 '운명전쟁 49'를 즐겨봤다. 이제 하다하다 무당, 타로마스터, 주역가, 등을 한자리에 모아 서바이벌을 벌인다. 한국만이 할 법한 예능에 소름 돋기도 하고 사짜 냄새나기도 했다. 한 나라의 리더가 점성술로 나라를 다스렸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어제 논란의 중심이었던 영화 <신명>을 봤는데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쨌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무당이야 모시는 신과 소통하는 중간자라고 하나, 주역, 사주는 통계라 AI도 가능한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걸까 신기하기도 해서 이 책에 관심 갔다.
《떡볶이 사주》는 떡볶이처럼 일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주를 말한다. 사주팔자란 네 개의 기둥과 여덟 개의 글자라는 뜻이다. 태어난 순간(시공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했고 계절과 하루가 바뀌듯 정해지지 않고 변한다. 엄마 뱃속에서 탯줄로 생명을 공급받다가 세상 밖으로 탯줄을 끊고 나오듯이 출생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주체적인 삶은 거대한 혁명이 아니라 오늘의 시간을 의식적으로 쓰는 습관에서 시작된다.
년, 월, 일, 시 네 개의 기둥으로 구성되며 하늘을 의미하는 글자 10개 천간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와 땅을 의미하는 12개 글자의 지지(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를 조합한다. 이 두 요소가 조합되어 60개가 생기는데 이를 60가지라 부른다. 인터넷 검색창에 척척만세력을 치면 나만의 사주 여덟 글자를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사주를 현대적으로 해석한다. 사주에 발목 잡혀 운명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삶아가는 삶의 주인이 되라는 조언이다. 사주란 고루한 옛것이 아니라, 자기 성향과 감정 회로를 통해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로 사용하라는 것이다. 장단점을 파악하면 가족을 넘어 사회생활에 요긴하다는 말이다. 인간관계만큼 어려운 게 없듯이 이를 이용해 살아가는 데 도움받으면 좋다는 의미다. 팔자 탓을 하지 말고 팔자 덕으로 생각해 보자는 긍정의 논리다. 책 속에는 명리학을 중심에 둔 사주만을 다루지. 않는다. 신이 말해준다는 신점, 20세기 행동과 심리학에 기반을 둔 MBTI, 태어난 순간 별자리와 행성 위치를 바탕에 둔 점성술의 차이도 쉽게 설명한다.
사주학은 단순히 미래를 점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를 인간의 삶에 적용하는 학문이다.
마지막에는 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의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의 세가지 지침을 소개한다.
-시간의 가치를 깨달아라. 인생은 본래 짧지 않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허비할 뿐이다. 남지 정해 준 의무에 인생을 맡기지 말고 하루를 나의 손으로 채워라.
-철저히 사유하고 성찰하라. 타인의 시선에 휩쓸리지 말고 생각하는 시간을 확보해라. 묵상은 삶을 단단하게게 만드는 근육이다. 그 근육이 자랄 때 외부의 혼란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들과 교류해라. 책 속에서, 역사 속에서 그리고 대화 속에서 자신보다 나은 영혼을 만나라. 그들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지도다.
목표가 아닌 목적을 향해간다고 가정할 때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 '때로는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쓰자'라고 말한 저자처럼, 진짜 나를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신을 이해하면 할수록 운명에 휘둘리지 않고 운명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된다.
책을 읽다보니 사는 게 참 쉽지 않다는 걸 다시 느낀다. 명리학을 기반으로 수천 년에 걸친 경험과 철학으로 개인 삶의 방향성, 진로, 대인관계, 인생굴곡을 조망하는 사주. 부디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도구로 쓰지, 맹목적인 믿음으로 삶을 갉아먹지는 말자는 교훈을 얻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