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닛
매기 오패럴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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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오패럴의 소설 <햄닛>은 영화 <햄넷>의 원작 소설이다. 영화를 본 후 원작 소설을 읽었고, 대략적인 차이점을 소개한다. 영화를 본지 좀 되어 기억이 희미해 정확하지 않음을 밝힌다.


영화 <햄넷>과 원작소설 <햄닛> 차이점


전지적 작가 시점을 중심으로 영화와 다르게 시점과 화자가 계속해서 바뀐다. 부드럽게 읽히기 보다, 뚝뚝 끊어지기 때문에 감정과 시간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의도한 선택인지 모르겠지만 가독성이 높지는 않았다.

소설의 오프닝은 햄닛이 쌍둥이 동생 주디스가 아픈 걸 알아내고 분주하게 도움을 청하는 장면이다. 영화의 오프닝은 햄닛의 어머니인 아그네스(아녜스)와 셰익스피어의 만남부터이며 시간 순으로 이어지지만 소설은 파편적인 구조를 취한다.


영화는 아그네스와 윌리엄이 호감으로 서로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그네스는 마녀라 불리는 별명답게 숲에서 영험함을 뽐내며 황조롱이를 팔에 얹고 돌아온다. 윌리엄은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팔자에도 없는 라틴어 선생으로 아그네스 집에 와있다. 이걸 배워서 뭐하나 싶지만 돈을 벌어야 하니 가르치는 중이며, 잠시 창밖을 보다 귀가하는 아그네스를 본다.


매기 오패럴이 영화 시나리오에도 참여했다. 셰익스피어의 아버지 존, 아그네스의 새어머니 조운, 아그네스의 이복동생들, 셰익스피어의 동생의 시점도 면밀히 소개된다. 이들의 전사와 속마음을 통해 좀 더 깊이 있는 인물탐구가 가능하다.


조운이 이 집안에 들어와 아이 여섯을 더 낳고도 과부가 된 이야기, 존이 양털을 몰래 거래하다 신용을 잃고 가죽 길드에서 왕따 당하게 된 이야기, 셰익스피어의 동생 일라이자가 죽은 언니의 이름을 물려받게 된 경위 등등. 몰라도 영화를 보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특히 영화에서는 주디스의 병이 어디서 왔는지 생략되었지만, 소설에서는 베네치아 무라노섬의 유리 장인에서 시작된 경위를 밝혀준다. 바다에서부터 시작된 원숭이, 벼룩, 고양이, 주 등으로 옮겨온 과정이 자세히 서술된다. 아마 흑사병(페스트)의 일종이었던 것 같다. 손가락이 검은색과 보라색으로 물들고 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고 멍울이 생긴다.


죽음을 속이는 장면이 소설 보다 극적으로 영화 속에서 표현되었다. 그런 단서는 햄닛과 주디스가 서로 옷을 바꿔 입은 적이 있다는 데서 유추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런던으로 떠나던 아버지 윌리엄이 햄닛에게 '용감하게 굴어'라며 누이와 어머니를 지키라는 말을 한다. 그게 어린아이에게 어떠한 무게로 커졌는지 윌리엄은 알까. 동생을 위해 죽음을 자초한 행동에 훨씬 책임감을 더한다.

소설은 죽는 순간, 염, 묘지 안장 등 햄닛의 장례 과정이 상세히 서술된다. 4년 뒤 윌리엄이 아들의 글 속에 영원히 숨 쉬게 만드는 연극 장면은 생각 보다 짧다. 영화에서는 이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눈물 콧물 쏙 빼놓는 명장면이니 영화로 또다시 즐겨보길 바란다.


영화 <햄넷>과 실제 <햄릿>이 다른 점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햄릿>을 쓰기까지 자식의 상실을 겪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전해지지 않는다. 팩트가 아니고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쓰인 허구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를 영화로 만든 게 영화 <햄넷>이다.

소설은 1596년 여름 워릭셔 스트랫퍼드에서 죽은 한 소년의 삶에서 영감받은 허구. 실제 셰익스피어의 가족사도 비슷하지만 다르게 묘사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소년의 어머니 이름이 앤이라고 알려졌으나 외할아버지 리처드 해서웨이 유언장에 애그니스라고 기록되어 있어 그 이름을 따랐다. 조운 해서웨이가 애그니스의 어머니라는 사람도 있고, 스텝맘이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확인할 증거는 없다고 한다.


햄닛의 고모 이름이 일라이자가 아니라 조운이지만(언니의 이름을 물려받음) 작가가 바꾸었다. 당시 교구 기록에는 겹치는 이름이 많지만 혼란스러워할 독자를 위해 작가가 스텝맘 이름을 조운으로 정했다.

셰익스피어 생가 관리 위원회 안내인들은 햄닛과 주디스 수재나가 헨리 스트리트의 조부모 집에서 자랐다고 말했다. 반면 이웃에 살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합가했든 같은 동네 살았든 생활을 공유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아들 햄닛 셰익스피어의 장례 기록은 있지만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셰익스피어의 글 속에는 16세기 만연했던 흑사병이나 역병이란 단어가 희곡, 시 어디에도 쓰이지 않은 것에 착안해.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쓴 상상의 결과물임을 밝힌다. 따라서 아들의 죽음을 겪고 이를 예술적 승화물로 만들어 낸 이야기는 잘만들어 낸 뻥이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혼동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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