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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미술산책 1 - 역사에 무늬를 입히다 ㅣ 쉬엄쉬엄 미술산책 1
고지수 지음 / 휴앤스토리 / 2026년 1월
평점 :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선 연휴 동안 《쉬엄쉬엄 미술산책》 1, 2부를 즐겁게 읽었다. 방대한 서양 미술사를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은 물론 그림까지 세세하게 배치해 이해도 쉽다. 어떤 책은 저작권 때문에 사진을 큐알코드로 접속해 직접 확인하도록 했는데, 이 책은 그런 수고로움이 덜하다. 일목요연하고 깔끔하게 편집되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오늘 점심 뭐 먹지 고민하기에 지쳤다면, 책만큼은 골라 먹기 하듯 부담 없이 읽고 싶은 부분부터 읽어봐도 상관없다. 영화 스토리처럼 앞부분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용어, 역사를 설명하는 건 기본이다. 나아가서는 현대에 끼친 영향과 재해석까지 범용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특히 미술관, 박물관 관람을 즐긴다거나 서양 역사에 관심 있거나, 유럽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정말로 알고 가면 하나라도 더 보이는 게 있다. 이 책은 '쉬엄쉬엄'이란 단어처럼 가볍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 흥미까지 유발하고 있어 추천한다.
역시 시간 순으로 정리하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원하는 곳부터 읽어도 이어지는 서사가 아니라 괜찮았다.

1부에서는 원시미술부터,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에게, 그리스, 로마 순으로 문명을 훑어 준다. 이후 기독교의 등장으로 갈라진 세상을 정리한다. 초기 기독교 미술, 서로마의 멸망과 수도원의 출현, 대성당의 시대로 끝난다.
이집트에 죽기 전에 가보고 싶어서 먼저 읽었다. 십여 년 전 대영박물관에서 미라나 이집트 조각상, 그림을 봤지만 피라미드는 본 적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초등학생 조카의 그림이 생각나서 이집트 그림이 관심 같다. 얼굴은 옆면인데 몸통은 앞면이고 하체는 옆면인 기이한 형태의 의문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집트인들은 변치 않는 본질을 보존,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얼굴은 옆얼굴이지만 눈은 정면에서 본 모양이고, 상반신은 정면이다. 대부분이 정면성의 원리에 기초를 두며 각 부위의 비례 법칙이 적용된다. 머리, 몸통, 팔, 다리를 일정한 비율로 그렸다. 작품의 주인공이거나 신분 높은 사람만이 이 규칙에 따라 그렸다. 앉아있다면 두 손을 올렸고, 남성의 피부는 더 검었다. 하늘의 신이자 태양의 신인 호루스는 매의 머리 모양, 서기의 신인 토트는 따오기 머리, 염라대왕같이 사자의 심장을 저울에 다는 역할인 신 아비누스는 자칼의 머리다.
저자는 법칙을 파괴한 아크나톤 시대의 그림을 고려에서 조선으로 바뀌는 혼란에 빗대었는데 매우 이해가 빨랐다. 신 같은 권위와 위엄을 벗어던지고 인간 그대로의 모습을 그렸기 때문이다. 또한 투탕카멘이 2-3년 재위하고 18세에 죽었다고 한다. 단번에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이 떠올랐다. 사냥 중에 부상당해 회복되지 않고 죽었다는 설도 있으나, 세티1세와 권력투쟁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가능성도 있단다. 그래서 무덤 위치가 좋지 않고 초라해 도굴되지 않고 최근에야 보존 형태로 발굴되었다고 전해진다.

2부에서는 미술의 부활과 끝없는 탐색을 논한다. 신중심과 인간 중심으로 나눠 미술사가 어떻게 발전하고 확장해갔는지를 다룬다. 13세기 후반부터 20세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역사와 연결된 미술 세계를 바라본다.
역시나 벨라스케 '시녀들'에 눈이 갔다. 최근에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고, 영화 <파반느>도 봤기 때문일 거다. 인간의 존엄을 단골 소재로 삼았고, 영혼까지 꿰뚫어 보는 심안이 탁월하다. 절묘한 빛과 어둠의 조화로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했으며 주제를 부각했다. 언제 봐도 레이어드 된 서사, 인물이 많아 그림이 이야기를 해준다고 생각했고, 해석의 여지도 달라진다고 느꼈다.
책은 저자의 적재적소에 맞는 예시와 친절한 풀이로 술술 읽힌다. 다만, 하필이면 처음 펴서 읽은 이집트 문명 편에서 저자의 실수를 제대로 검수 안한 교열 교열 짜와 편집자를 떠올렸다. 방대한 세계 역사와 미술을 두 권의 책에 담는 일은 쉽지 않다. 반말체로 쓰다가 느닷없이 존댓말이 튀어나오는 형식을 두 번이나 마주했고, 갑자기 '저는'이러면서 반말로 맺는 비문도 접했다. 꼼꼼하게 봤더라면 찾을 수 있을 텐데. 참 안타까웠다. 2쇄를 찍는다면 부디 다시 검수하였으면 좋겠다. 명품과 짝퉁은 디테일에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신경 써서 명품에 가까운 좋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