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전연명의향서 - 죽음을 인식하면 삶은 다시 정의된다
김지수 지음 / 북루덴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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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가족의 투병을 겪은 저자의 수기와 취재로 얻는 이야기가 고통스럽게 다가 온다. 누구나 삶을 떠나지만 인간답게 떠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나도 한 해 마다 나이 드는 게 느껴지고 부모님도 한 해 마다 다르다. 늙어가는 외모를 볼 때마다 걱정스럽고 뭘 어떻게 준비할까 고민된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죽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지 못하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거다. 사전연명의향서. 이 책은 죽음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는 계기이자, 실체가 없는 죽음의 공포에 대비하는 길이다.

책은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있다. 1장은 아버지가 난치성 근유계 질환이란 병마와 싸우며 겪는 모든 일을 담은 죽음의 모습, 2장과 3장은 기자로서 취재한 경험, 4장은 말기 환자를 통해 존엄함을 찾는 과정과 설계 준비다. 딱딱한 구성도 문체도 아니다. 부드러운 말투로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더욱 선명해진 실체가 드러난다.


읽는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을까. 텍스트의 뾰족함이 피부를 찌른다. 누구나 죽음을 맞고 싶지 않을텐데 죽음 앞에서 의연해지지 않을텐데. 가족, 연인, 가까운 사람을 잃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크다. 그럴수록 읽다보면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남겨진 가족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게 될지 오히려 생각해 보게 한다. 


<은중과 상연>의 마지막 장면처럼 고통을 스스로 내려 놓기 위한 조력사망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내 의지대로 죽을 선택권. 죽으면 다 끝난다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작성해 놓은 사전연명의향서의 문답을 읽어보니 현실로 다가온다. 불확실성 시대에 내가 죽는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안긴다면 어떨까. 생각조차 할 수 없을텐데 연명치료를 계속하고 있다면? 그걸 내가 모르고 있다면? 


오히려 죽음을 인식하면서 삶을 정의하게 된다.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오늘을 즐기며 살자. 그리고 다가올 나의 죽음, 가족의 죽음을 알아보자.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알아가면서 익숙해져 가자. 말만 쉽지 실천하기 어렵겠지만 이 책을 읽어 본 것 만으로도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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