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먹는 욕망 - 당신은 본능을 이길 수 있는가
최형진.김대수 지음 / 빛의서가 / 2025년 7월
평점 :

나는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는 타입이다. 화가 날 경우도 있고 성질이 더러워(?)질 때를 대비해 무언가를 챙기는 게 버릇이 되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돌이켜 보니, 대학생 때 한겨레 신문사에서 인턴 생활을 할 때였던 것 같다.
1시 출근 6시 퇴근이라 밥을 먹고 출근하면 3-4시쯤 배가 고프다. 그때 습관이 돼서 고구마, 김밥, 초코파이 등을 챙겨서 먹었고 신길 환승 구간에서 먹은 김밥이 화근이 되어 장염과 대상포진으로 번진 적도 있다. (그러고 보니 별일 다 있었네) 허기 때문에 심하게 데인 20대 초반. 배고픔이 뭔지 알게 되었다. 즉, 불안하면 더 중독된다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인간은 태초부터 사냥, 수렵, 채집을 통해 음식을 조달했지만 지금 현대인은 전혀 다르다. 인류의 조상은 먹거리 사냥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후 식사로 에너지를 채우지만 현대인은 어제 충전한 에너지도 다 쓰기 전에 또 다른 에너지를 채운다. 배가 고파 음식을 먹는 것 같아도 과도한 쾌락과 소비를 유도하는 식품산업의 전반적인 구조는 중독을 조장한다. 기업은 이윤을 위해 약물 남용, 알코올 중독, 흡연, 도박, 과소비, 비만, 음식 중독을 권장한다. 모두가 발 벗고 강요하는데 오로지 개인의 자유의지만 탓해서는 안 된다. 의지박약이라고 싸잡아 말하는 것도 조심하자.
음식이 많아지면 서로 싸움도 일어난다. 흔히 적자생존을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로 인식하는데 번식한 개체가 많아서 강한 것이다. 인구가 많아지만 음식이 더 필요하고 협력하기도 하지만 인구도 늘어난다. 문명도 발전하지만 갈등도 심화된다. 부를 축적하려는 본능은 음식, 재산, 명예 등 다양하다. 음식 문화가 발전해 부작용이 심해졌고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의학이 발전하고 새로운 음식산업이 발달한다. 즉, 빨리 많이 먹어 일찍 죽지 않고 오래도록 맛 좋음 음식을 경험하려는 분위기가 생겼다.
주변을 둘러보면 예전보다 살찐 사람이 많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있다. 맞벌이가 일상이 된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느라 자신을 돌볼 시간 없는 엄마, 쉽고 빠르게 음식을 제공받는 아이들이 최대 피해자다. 아이와 엄마 둘 다 비만인 경우가 많고 악순환은 반복된다. 배달 앱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손가락만 두드리면 집 앞에 음식이 오는데 누가 더운 여름에 밖에 나가 식당을 찾을까 싶다.
마른 몸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는 사회적 현상도 문제다. 살쪘다는 인식은 스스로를 좀먹고 자존감을 낮춘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스트레스를 먹는 행동으로 푼다. 날씬한 몸은 승리자, 뚱뚱한 몸은 실패자라는 낙인을 찍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인 조카는 벌써부터 '다이어트'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자기 기준에 먹으면 살찐다고 인식하면 먹지 않는다.
한창 클 나이에 영향 불균형이 오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될 텐데, 뚱뚱한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K-POP이나 유튜브에 익숙한 세대는 마른 몸이 정상이라 믿고 높은 기준에 자기 몸을 맞추려고 안달한다. 도달되지 못할 때는 극심한 열패감이 동반되고 거식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형성된 식습관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음을 깨달았고, 개인의 탓보다는 사회적인 문제와 연결되었음을 깨달았다. 빠르게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인스턴트, 패스트푸드, 합성감미료, 설탕, 기름이 주가 된 제품은 값도 싸고 빠르게 준비되어 고열량을 제공한다. 따라서 현대 비만 해결법은 음식 부족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배고파서 불안해지는 상황을 제거하고 언제 어디서나 충분한 먹거리와 섭취 시간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운동, 식이요법 등 혼자서 어려우면 주변의 도움을 받자. 적당히 먹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그만 먹으며 장시간 포만감을 유발하는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자. 또한 몸이 너무 배고프게 놔두지 않는 것도 좋다 충분히 먹어야 해로운 절제도 하지 않는다. 마지막에는 정신건강도 함께 돌보고 자기 조절에 도움 주는 비만약(위고비, 삭센다)도 검토해 보길 권한다. 이와 같은 약물은 비용과 부작용이 있지만 잘만 사용하면 다른 질병도 충분히 고칠 수 있다. 아는 게 힘이다. 비만도 건강도 당신 스스로 치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