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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 ㅣ 작고 단단한 마음 시리즈 1
김종진 지음, 김종필 사진 / 수오서재 / 2025년 3월
평점 :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돈 까지 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책은 '매뉴팩트 커피'의 10년을 돌아본 사업기이자, 인간 관계를 마주한 심경 고백서다. 10년 이면 강산도 변하는 시기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한 연희동에서 한 자리를 지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최근 자영업자의 줄폐업으로 '조용한 IMF'라는 말이 팽배한 상황에서 브랜드력까지 갖춘 카페는 흔치 않다.
저자는 좋아하는 일을 했을 뿐인데 글 쓰고 책도 내게 된 환상적인 일이라며 믿을 수 없다는 말을 했다. 그 행복은 거져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성과를 내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1만 시간은 매일 3시간씩 훈련할 경우 약 10년, 하루 10시간씩 투자할 경우 3년이 걸린다. 때문에 1만 시간의 의미는 꾸준함을 뜻한다. 10년 간의 노력과 시간은 조용한 성공으로 답을 내 놓는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연희동에 가게를 연 뒤 실행한 고군분투와 실패의 성과다.
최근 동네에도 카페처럼 보이지 않는 카페가 들어서 눈길을 끈다. 어떤 이유로 그 자리에 커피 가게를 내 놓았을까 궁금했다. 뜨문뜨문 손님이 차고 비워지는 걸로 봐서 커피맛이 좋을 거라고 예상 해 봤다. 그리고 가끔 들르는 강아지 손님과 젊은층의 수요를 보고 느끼는 점은 가게의 분위기와도 상관 있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다보니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앞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인연은 또 어떤 결과를 만들까. 우연한 만남으로 매뉴팩트가 만들어진 것처럼 인연을 가벼이 여기지 않기를, 다짐한다.
퍼스널리티가 중요해진 세상은 커피 한 잔에도 개인 취향이 반영된 수많은 카페가 존재한다. 플러스로 커피를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이 케미스트리를 이뤄 고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카페 주인장은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손님, 직원, 주변 가게 사장님, 타국에서 만난 사람 등 모든 만남이 스승이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매뉴팩트의 브랜드를 알리는데 일등공신으로 활약한 커피 '플랫화이트'의 탄생 과정도 흥미 롭다. 커피를 진하게 마시고 싶짐나 에스프레소는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우유량을 줄이고 다채로운 향미를 즐기도록 착안한 진한 커피의 맛이다. 가끔 스타벅스의 플랫화이트를 마시는데 매뉴팩트에서도 마셔 보려고 벼르게 되었을 정도다.
완벽한 커피를 내리겠다는 고집은 10점 만점에 10점 과녁을 맞추는 것과 같다. 활쏘기를 무진장 연습하면 매번 10점을 맞출 수도 있겠지만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매서운 추위가 오는 날에는 욕심을 좀 내려놓은 필요도 있다.
책을 읽다보면 단순한 카페 운영이 아닌 브랜드까지 아우르는 진심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이야 스타벅스가 자본에 눈이 멀어 달라지긴 했지만. 초반에 '제3의 공간'을 팔고 고객 개인 한 명 한 명과 눈 맞추며 스몰토크도 가능한 파트너 서비스에 중점을 맞추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 가졌던 핵심 서비스는 파격적이면서도 동종업계에서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성역이었다.
무엇이든 '처음처럼'이란 말이 중요한 이유다. 간사한 인간의 마음이란 게 처음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비슷하게라도 유지하려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필요하다. 매뉴팩트가 이룬 성취는 단순히 맛있는 커피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를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성장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 생긴 결과다. 우리 사회는 이를 두고 작든 크든 '성공'이라 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