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
사사키 아이 지음, 양하은 옮김 / 모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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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을 참 좋아한다. 벌써 10년 전 영화다. 극장에서 봤던 재미와 감독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두 이모와 사는 서른 넘은 폴이 우연히 이웃 마담 프루스트 집에 방문해서 차와 마들렌을 먹고 과거의 상처와 추억을 떠올린다는 이야기다.


프루스트 효과는 반복된 습관으로 뇌가 반응하는 '파블로프의 개'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자주 거론되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유래되었다. 소설 속에서도 등장하지만 아주 긴 시리즈라 완독했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고 중도 하차를 유발하는 전설의 난해한 책이다. 그래서 더욱 홍차와 마들렌, 기억의 상징이 된 것만 같다.


책은 표제작 '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 '봄은 미완', '악보를 못 읽는다', '지독한 마침표' 네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이 슌지의 풋풋하고 달달한 그러나 씁쓸하기도 한 청춘 미완의 모습이 청량감 있게 담겨 있다.


주인공은 초콜릿 입힌 죽순마을 과자를 먹으며 공부한다. 기대효과는 죽순마을을 먹을 때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문제로 기억력을 높이려는 귀여운 발상을 하고 있다. 거기에 첫 키스는 상상도 못할 곳에서 하자는 발칙한 계획까지 더해져 입가에 미소를 띠며 읽을 수 있었다. 누군가와 사귀다가 헤어져도 음식, 장소, 물건, 사람 때문에 떠오르는 관성을 공감하게 되었다.


나는 먹어본 적 없는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알고 싶다.

그 맛에 떠오르는 사람과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만약 도쿄에 갈 수 있다면 많은 사람을 사귀고 싶다.

도쿄의 공기를 마셔도 오가와만 떠올리지 않도록.

p46


최근 <키리에의 노래>를 보고 이와이 슌지 영화 <하나와 앨리스>를 챙겨봤다. 접점인 아오이 유우가 나오는 <허니와 클로버>까지 보다 보니 2000년대 일본 감성이 지금 감성과는 많이 달라졌음이 느껴졌다. 이 책은 부담 없이 읽어볼까?는 생각을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책이다. 


변하지 않는 일본 감성과 가을이 되었지만 곧 돌아올 여름을 상징하는 시원한 수영장의 표지가 내용과 잘 어울렸고 '사사키 아이' 작가의 차기작이 기대되었다. 잠시나마 고교 시절도 돌아간 듯 홍차와 마들렌을 보면서 추억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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