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정원 - 산, 들, 나무, 꽃 위인들이 찾은 지혜의 공간
성종상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말도 못 할 찜통더위, 아니 끓고 있는 지구. 이럴 때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오래 쐬다 보면 냉방병이 걸리기 쉽다. 자연바람이 절실하다. 이로운 혜택, 나무와 숲이 많아져야 기후변화도 잡을 수 있다. 연일 더운 기운이 몸과 마음을 상하게 만들어 버린다. 휴가고 뭐고 다 필요 없이 그저 무기력해지기만 한다.

그때 만난 책은 성종상 교수의 《인생정원》이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설계학과 교수이면서 조경가다. 그가 설계한 작품으로는 인사동길, 국립중앙박물관, 호암미술관 한국정원 희원, 선유도공원, 용산공원 기본구상, 순천만국제정원박함회장, 천리포수목원 입구정원 등이 있다.


책에는 성종상 교수가 최고로 생각하는 12명의 정원사의 철학과 정원 생활이 기록되어 있다. 퇴계 이황, 정조대왕, 다산 정약용, 모네, 처칠, 헤르만 헤세, 괴테, 안평대군 등. 집과 건물의 일부이면서 이들의 영감이 되어준 정원이 소개되어 있다. 자연에서 얻게 되는 힘과 치유력을 대리 경험하면서 책으로 떠나는 최고의 휴가였다. 정원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장이라는 말에 동의하게 되었다. 정원의 아름다우움 보다 정원에 깃든 역사와 인물사에 중점을 두었다.


인상주의 화가로 알려진 모네는 프랑스 지베르니 집에서 43년 동안 살았다. 화가로 제일 유명하지만 어릴 적부터 꽃과 나무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며 정원을 가꾸며 즐거움을 얻었다. "내가 화가가 된 건 아마도 꽃 덕분일 것"이라 했을 정도로 산과 들을 찾아다녔다. 이사를 다니면서도 정원은 꼭 빼놓지 않고 가꾸었는데, 그중 지베르니는 엄청난 정원과 건축학적 집으로 유명하며 혼신의 애정을 쏟은 정원으로 알려져 있다.

모네의 역작 '수련'은 지베르니에서 탄생한다. 풍경은 하루아침에 마음에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했던 모네는 정원을 가꾸고 한참이 지나서야 수련에 관한 그림을 300여 점 그리다 세상을 떠났다. 놀라운 점은 당시만 해도 정원은 하층계급의 노동 현장과 미학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고매한 화가의 정신을 운운하는 기성 화가들에 대항하는 신진 화가들의 영감이 되어주었다.


교수이자 가드너인 성종상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다정한 설명으로 명사와 정원의 고찰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괴테나 처칠이 정원과 건축에 오랜 공을 들였다는 것에 새삼 놀랐고, 한국의 가볼 만한 정원이 더 있음에 환호했다. 오랜만에 도심에서 나고 자라 길들여진 인간이 잠시 동안이라도 자연과의 조화와 힐링을 경험하는 뜻깊은 하루였다. 아파트에 살지만 1층에 사는 할아버지가 곳곳에 소소하게 심어 놓은 맨드라미며 붓꽃, 도라지꽃 등의 조화로 나름의 정원을 보고 있어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다만, 12명은 모두 남성이라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타샤 투더'를 좋아하는데 여성 정원사에 대한 책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옛날이라 여성이 정언을 가꾸는 게 쉽지 않았겠으나 동서양의 조화, 인간과 자연의 만남도 좋지만 성별의 밸런스도 맞췄으면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