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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일한 하루 - 쉽지 않지만 재미있는 날도 있으니까
안예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8월
평점 :
책 제목이 특이했다. 편안하고 한가로운 안일한 하루를 보내고 싶지만 매일이 분투기인 인생을 살고 있는 내가 하루라도 '안 일한(알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일 거다. 나는 매일매일 무언가를 보고 쓴다. 익숙해져 지금은 루틴이 되어버렸지만, 톱니바퀴처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스케줄은 휴가나 한눈팔기를 할 수 없을 만큼 조여있다. "아.. 나도 안일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을 보내고 싶다.."
안예은은 싱어송라이터로 '홍연', '문어의 꿈', '창귀' 등을 발표하며 단숨에 알려졌다. 하지만 그만큼 고민과 공포가 밀려왔다고 한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나와 내가 보는 나의 큰 거리감으로 혼란스러웠고, 창작의 고통과 자기 복제의 두려움, 나아가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 영화를 무진장 좋아하는 거 같다. 동아시아 공포영화를 몰아보고, <여고괴담 3>를 보고 오는 길에 계단에서 공포감에 소스라친 경험에 폭소했다. 엉뚱하고 발랄하고 조금은 우울한 사람이 안예은 같았다. 문어의 꿈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과정도 재미있다. 문어가 꿈 꿀 때 꿈속의 모습과 동일하게 몸 색깔을 바꾼다는 내용에 영감받아 만든 노래다. 술 마시면서 만들었던 불순한 (?) 노래인데 어린이들이 좋아한다니 삶은 참 아이러니다.
연예인으로 대했던 사람들에게 친근한 매력을 발산하는 계기가 바로 《안 일한 하루》다. 어릴 적 다섯 번의 심장 수술로 가슴과 양 옆구리에 흉터가 생겼지만, 큰 병에도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한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는 MZ 세대다.
이 책으로 '흉터'라는 단어가 한글임을, 세상에서 유일한 타투임을 깨달았다. 흉터를 화장과 옷으로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내기까지. 그동안 노래로 알고 있던 뮤지션 안예은을 깊고 세밀하게 알아가는 시간을 마련한다.
창작의 갈증이 낳은 우울과 좌절을 매번 넘어서고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일하는 하루에는 창작과 일에 관한 이야기, 나를 돌보는 하루에는 과거 이야기, 안 일한 하루에는 일상의 각종 에피소드가 있다. 입맛대로 골라 읽으면 된다. 마치 옆에서 조잘조잘 거리는 듯 말맛이 살아있는 문장은 덤이다.
✔️본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