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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평점 :
정여울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특유의 감성으로 팬층이 두꺼운 작가는 빈센트 반 고흐, 헤르만 헤세 등으로 좋아하는 작가를 주제로 다양한 글을 쏟아냈다. 이번엔 '어린 왕자'다. 과거 생텍쥐페리에 관한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을 읽었을 때 느낀 감성이 되살아났다. 말랑말랑한 문체와 사유하며 읽게 되는 스타일을 간직하고 있어 옆에서 이야기하듯 써내려간 이야기가 부담없이 읽기 좋다.
신작에서는 어린 왕자를 왜 작가가 좋아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유년 시절 《어린 왕자》를 읽고 펑펑 울었던 사연이 시초다. 중학교 1학년 때 통곡에 가까운 울음을 토해냈던 날. 어른이 되어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내면아이'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지나고보니 알게 된 것들. 내면아이, 어린 왕자와 헤어지게 될까 두려웠던 게 아닐까 곱씹어 보게 되었다.
"내 안의 내면아이의 서글픈 고백에 가슴이 저려 왔다. 나에게도 나만의 어린 왕자가 있었던 것이다. 내가 한때는 너무나 사랑했던 이야기 속의 어린 왕자, 그 이야기가 도저히 머나먼 프랑스의 비행기 조종사가 쓴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냥 완전히 내 이야기'같았던 그 시절의 나를 영원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P19
'내면아이(inner child)'는 피터 팬처럼 영원히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아이를 말한다. 아이는 자라고 싶지 않지만 나이를 먹고 가족과 사회적 눈을 의식해 어른처럼 행동하게 된다. 몸과 마음 성장의 불일치, 이 간극이 비등해져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면 마음의 병이 생기게 된다.
마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방구뽕 씨 처럼 말이다. 방구뽕 씨는 입시에 지친 초등학생의 해방군사령관이라 스스로 지칭하고 밤늦도록 학원에 매여 있는 아이들을 위로했다. 자신도 어릴 적 강압적인 부모의 등쌀에 떠밀려 공부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살다 어른이 되었다며. 부모의 바람과 성적 향상이 본인을 향한 관심이라 생각했고, 이를 어기는 순간 모든 게 사라진다고 믿었다. 그가 내면아이를 더 빨리 만났다면 어땠을까. 괜한 상상력을 이 책을 읽고 해보았다.
작가는 성인 자아가 내면아이와 지속적인 대화를 한다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내면아이를 '조이', 성인자아를 '루나'라고 부르기도 했다. 어린 왕자의 이야기에 빗대어 성인자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위로한다. 재미있는 점은 어린 왕자처럼 돌직구를 날리는 내면아이를 기쁨이라 부르고, 성인자아를 밤이 되면 뜨는 달이라 부른다는 거다. 《어린 왕자》를 인용해 영감받아 창조한 조이와 루나로 재해석된 《어린 왕자》가 탄생했다고 봐도 좋다.
책 속에는 작가의 이야기인지 누군가의 사연인지 모를 열 개의 순간이 《어린 왕자》의 구절과 맞물려 돌아간다. 한 챕터가 끝나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직접 생각하거나 써보길 권유하고 있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했던 K 장녀, 언니 오빠들만 예뻐하는 것 같아 그늘이 생긴 막내, 말 잘 듣고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대기업에 취직해야만 된다고 생각했던 자식. 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를 받은 아이, 외모에 자신감 없는 분, 매사에 완벽해야 한다고 느끼는 어른, 착한사람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 등등. 내 이야기 같은 사연이 등장한다.
일상에서 내면아이와 만나는 방법은 다양하다. 먼저 내 안의 여리고 순수한, 덜 자란 자아를 보듬어 주고 인정하는 것, 그리고 일기를 쓰거나, 책이나 영화를 보고 깊은 사유를 해본다거나, 또는 타인과 대화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부모 혹은 그 위 부모 세대부터 대물림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해결하는 작업은 꼭 필요하고 느낀다. 내면의 어린아이는 성인이 되었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아 소중한 잠재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때마다 꼭 안아주고 관심을 가져주면 좋다. 유년 시절에 받았던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건강한 성인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모두가 오은영 박사와 만날 수 없기에 가성비 좋은 책으로 진단해 보고 치료해 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 타인과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에게. 무엇보다 자신을 이해하는 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책이다.
✔️본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