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7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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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를 기다렸다. 차기작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이고 장르는 SF. 이미 <설국열차>에서 보여준 원작 각색력을 알기에 무척 기대되었다. 제작사는 브래트 피트의 '플랜 비''워너브라더스'가 함께 한다. 로버트 패틴슨,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가, 나오미 애키가 합류하는 것으로 안다.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로버트 패틴슨이 미키7, 미키의 여인으로 나오는 나샤는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이 재수 없는 베르토를, 틸다 스윈턴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령관 마샬, 익스펜더블이 되지 않길 바라는 심사원 그웬은 토니 콜렛이 맡을 수도 있겠다. 마크 러팔러는 사채업자 다리우스 역할, 아니면 앨런 매니코바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아니면 말고..)

 

봉준호 감독은 '곤경에 처한 인간의 이야기'라고 말하며, "지질하기도 하고 연민이 가기도 하는 인물이 특별한 상황에 부닥친다. '기생충'과도 묘한 연결 고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 320여 페이지 중 봉 감독은 120페이지를 스크립트로 바꿨다고 한다. 각색이 엄청나게 들어갔을 거라 본다. 대체 원작은 무슨 이야기일까? 들여다보자!

 

인류는 지구를 버리고 떠나왔다

 

미키7은 복제인간이다. 정확히는 '미션 익스펜터블'이라 불린다. 지구는 인류가 살 수 없을 지경에 왔고 디아스포라(행성 이주)를 시작했다. 환경오염도 그렇지만 인류끼리 치고받고 하다가 생긴 자업자득이다. 인류는 다른 행성 개척에 열 올렸다.

 

식민 행성은 에덴, 애셔 월드, 로어노크, 미드가르드, 니플하임으로 이어진다. 미키7은 미드가르드에서 살고있는 역사학자였다. 지구는 더 이상 역사학자가 필요 없는 상황이었고 미키 반스(본명)는 그저 미드가르드를 탈출하고 싶었다. 순간의 선택이 큰 재앙을 몰고 오리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200년 만에 우주선이 발사될 예정이었고 미키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익스펜더블에 유일한 지원자였다. DNA를 넘겨 무한 복제할 수 있다. 대신 개척지에서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는 것이다. 그 대가로 생긴 불멸의 삶은 꽤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미키7과 미키8이 중복되기 전까지는..

 

미키7은 여느 때와 같이 탐사를 나가던 중 크리퍼(행성 괴물)가 사는 동굴에 빠졌다. 통신 중인 베르토는 그가 돌아올 확률이 없다고 여겨 포기해버린다. 바로 연인 나샤도 구하러 가던 중 교신 중에 포기해 버렸다. 왜냐고? 많은 에너지와 식량이 낭비되지만 고쳐쓰기(?)보다 버리고 새로 사는 게 이득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키7은 동굴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생명체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는 크리퍼가 미키7을 구해주었다. 그 시각 미키7이 가망 없다고 느낀 본부에서는 미키 8을 곧바로 깨워냈다. 그렇게 둘은 한 공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미키7과 미키8은 공존을 위해 둘만의 비밀을 유지한다. 들켰다가는 둘 중 한 놈만 살거나, 둘 다 죽고 미키9이 깨어나는 건 일도 아니다. 일단 미키7의 손을 다쳤으니 미키 8도 손에 붕대를 감고, 정해진 하루키 칼로리는 쪼개서 나눠 먹는다. 그러다, 연인 나샤와의 사랑까지 나눠야 할 판이다.

 

 

미키7는 자기를 아니 엄밀히 말하면 자기가 아닌 미키8을 질투하기 시작한다. 일도 더 많지만 늘 배고프고, 연인의 사랑도 부족하다. 불만투성이다. 이 녀석을 죽일 수도 없다. 내가 나를 죽이는 건 어쨌든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미키7과 미키 8은 복제인간인가 쌍둥이인가?

 

익스펜더블은 일종의 복제인간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미키1의 기억을 미키2가 잇는 구조란 것이다. 그러니까 기억은 유지한 채 몸만 계속 바뀌는 거다. 태어날 때부터 DNA를 나누는 쌍둥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좀 더 가까운 설명은 '테세우스의 배'로 설명할 수 있다.

 

테세우스는 고대 영웅이다. 테세우스가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전 세계를 항해했는데, 여기저기 망가져서 뜯어고치고 새로 덧붙이고 하다 드디어 귀환했다. 하지만 수십 년을 떠돌면서 고친 관계로 처음 출발할 때 나무 재질은 새 나무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출발할 때 바와 도착할 때 배는 다른 배인가? 아니면 여전히 테세우스 배인가?

 

인간에게 적용해 보자. 인간은 태어날 때 있던 세포가 분열하고 일부는 죽고, 새로 생성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처음의 나와 지금은 나는 다를까? 인간은 죽을 때까지 세포가 생기고 사라지는데 기억이 남아 있다면 진짜 죽은 게 아닐까? 소설은 이 문제를 심도 있게 고찰하고 있다. 여기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점, 상상력을 유쾌하거나 기괴하게 다루고 있다.

 

일단 기억을 유지한 채 계속 복제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다. 9년 전 미키 원본부터 기억이 있다고 해도 미키7은 데이터 업로드를 6주 동안 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 중간에 비어 있는 기억은 온전히 미키7의 것이다. 미키 8은 알 길이 없다. 그렇다면 미키7과 미키8은 기억이 다른 생명체다. 미키8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식량을 나눠야 하고 매우 힘들어한다. 이는 미키7도 마찬가지다.

 

죽음도 계급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 지구를 떠난 인류가 또다시 계급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설국열차>, <기생충>과의 접점이다. 주목받지 못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존재는 그저 3D 프린터로 뽑아 쓰듯이 죽이고 다시 만들면 되는 걸까. 영화에서 각색할 부분이 무궁무진하다.

 

또한, <옥자>에서 보여준 환경과 공존과 화해 메시지가 담요 있는 작품이다. 자원이 부족한 인류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기후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 지구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할 안건이 들어 있다. 요 이틀 동안 미친듯이 비가 퍼부었다.

 

여기저기 물난리 난 곳을 보니 <기생충>의 기택네가 생각났다. 영화를 보면서 아무리 반지하 살아도 저 정도로 물이 들어올까. 저건 영화야라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현실이 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영화 같은 삶, 현실을 반영한 영화가 많아지는 건 좋지만 무섭기도 해서 미키7속 일들이 곧 현실이 될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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