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 - 50대 구글 디렉터의 지치지 않고 인생을 키우는 기술
정김경숙(로이스킴)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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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사는 인류는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따라서 시간도 늘어났다. 남는 시간에 놀고먹고 일하게 되었다. 사람에 따라 일 안 하고 놀기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힘들고 모든 게 서툴렀지만 그런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 현 인류는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천히 지치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저자 '정김경숙' 씨는 29년을 김경숙으로 살았으니, 자신을 이루는 반쪽인 어머니의 성을 앞세워 살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은 정김경숙으로 활동하는 50대 구글 디렉터다. 2007년 구글코리아에 커뮤니케이션팀 총괄 임원으로 합류 12년간 근무했다. 2019년 반백이 되던 해 홀연히 구글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로 떠나 현재는 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 인터내셔널 디렉터로 재직 중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천재인 걸까. 자신을 트리플 A 극소심쟁이라고 칭하면서도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와 남아도는 무한체력의 소유자라고 자칭하는 사람이다. 지독한 성실함으로 다섯 대학원을 수료하고 아이를 키우며 마흔에 시작한 영어 공부로 지금의 커리어를 이루었다. 대금을 7년간 배우고, 50년 물 공포증을 이기기 위해 어설픈 수영을 배우고 있고 14년째 검도를 하며 주말이면 등산과 백패킹을 떠나는 멋진 에너지. 일과 일상을 제대로 온/오프 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프로다. 책은 정김경숙 씨의 자전적 에세이로 일과 삶, 그리고 체력에 대한 이야기다.

 

소개만 했는데 벌써 두 문단을 차지했다. 가냘파 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 온 일도 많았던 프로필은 사실 많이 축소한 거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시간은 초 단위로 나눠 산다고 해도 멀티버스 마법을 부리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일, 육아(친정, 시어머니의 전폭 지원이 있어 가능하다며 양보다 질을 선택한 노하우도 들려준다), 자기계발, 공부가 다 24시간에 가능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50세면 대한민국에서 정년퇴직을 고민하는 나이인데, 외국계 회사에 다녀서인지 아직도 창창하다.

 

50대에도 여전히 현역인 이유를 들어 바로 '체력'이라고 말한다. 건강한 몸, 올곧은 몸에서 같은 정신이 나온다고 믿는다. 그녀는 일어나 아침 러닝 한 시간, 저녁 걷기 한 시간, 주말은 백패킹이나 검도, 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대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운동에 투자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오늘 할 운동 내일로 미루고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영원히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게 바로 체력이다. 체력도 실력이라고 몇 번이고 강조한다.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건강과 운동에 투자하라는 말. 깊게 공감한다.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 역시 천재성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여유, 그리고 행동력에서 나온다는 것.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인내심이 떨어진다. 피로감을 견디지 못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 지고 마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20-30대에는 자고 나면 리셋되었던 체력인데 이제 슬슬 회복 탄성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정말 하기 싫고 귀찮고 아파도 요가를 빼먹지 않고 5년째 하고 있다.

 

인생의 반전은 매일의 작은 성취에서 시작된단다. 나는 매우 뻣뻣했다. 처음 허리를 굽히면 손가락이 바닥에 닿지 않았다. 다리는 여전히 지금도 일자로 찢어지지 않지만 많이 유연해졌다. 선생님에게 칭찬을 들으면 좋았고 그래서 노력도 많이 했다. 코로나 때도 온라인 줌 수업으로 매일 조금씩 쉬지 않고 해왔던 결과다. 여전히 되지 않는 동작이 있지만 그러면 어떤가, 허리 통증은 사라지고 어깨 통증도 줄어들었다. 이것만 얻어도 너무 좋다. 하루 종일 노트북과 책과 영상을 들여다보면 오는 피로감을 줄일 수 있으니까.

 

참고로 표지 일러스트는 '하완'이 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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