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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짓이 어디 있나요
손수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평점 :
배우 손수현 에세이를 읽어봤다. 초여름의 냄새가 나는 글과 사진들이 청량했다. 휴식 취할 때, 기분좋은 카페와 어울렸다. 나긋나긋하고 나른한 글이 오히려 연휴의 마무리 책으로 좋았다.
우리나라에는 아오이 유우 닮은꼴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꼬리표를 떼고 배우 손수현으로 기억되고 있다. 또한 페미니스트이며 비건에 대한 책도 썼고, 연출을 하기도 했다. 이 책 제목처럼 쓸데없는 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는 요즘이라고 했다.
프롤로그의 '옮긴이의 말'이 인상적이다. 유년 시절 책과 친구를 맺어 파고 들었고 조용하고 글 잘 쓰는 아이였다고 고백한다. '옮긴이의 말'의 제목은 엄마의 칭찬에 보답하기 위해 방학 숙제였던 독후감을 베끼기로 작정했던 것.
그중 옮긴이의 말을 치밀하게 옮겨 적어 말 그대로 옮겨 쓴 말이 된 거다. 이를 두고 "정말 네가 쓴 거 맞니?"라는 말을 들었고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어찌나 다방면에 두루 재능이 있는지 2013년에 출간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8년 전 '감히 내가?!'라는 생각에 거절했고, 다시 그 제안을 받았 들였다고 했다. 이제야 작가로서, 에세이를 써도 되는 위치에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을 법하다. 이번에는 베껴 쓰지 않고 말이다.
손수현 에세이에는 일상과 소소한 생각, 동료나 친구들과의 관계, 좋아하는 것들이 담겨 있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배우 손수현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독자, 팬에게 권하는 책이다. 페미니스트답게 생각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구석도 많다. 배우와 감독으로 활약했기에 예술 영역에서 배우의 몸은 자신의 것이 아니기도 하니까 말이다.
주변에 좋은 친구와 지인, 반려동물까지 있어 안락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는 일은 누구의 기준인 걸까. 남의 기준에 맞추지 말고 내가 쓸데없지 않다면 밀고 나가보자. 버릴 수 있어야 채울 수 있는거다.
허투루 쓰는 시간 없이 알뜰하게 하루를 쓰고 싶어도 언제나 구멍이 나 버려지는 시간이 있다. 잠시 이 책의 여백과 사진으로 멍 때리는 휴일을 보낼 수 있어 감사했다. 오늘 푹 쉬고 내일 또 쨍하게 일하면 되는 거다. 오늘도 수고, 내일도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