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쇼핑목록 네오픽션 ON시리즈 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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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우연히 보다가 원작이 있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에 읽었던 소설이다. tvN에서 이광수와 설현 주연의 드라마의 토대다. 등장인물이 은수저 물고 태어난 (쓸데없이) 기억력 좋은 남성인데 반해 소설은 자기 남편을 의부증으로 죽이고 타 도시로 온 여성 캐셔다. 드라마가 주인공의 서사에 큰 각색을 하면서 풍부해졌지만 소설은 단편이기 때문에 짧고 굵다. 웹툰은 보지 않아서 드라마에 가까운지 소설에 가까운지 모르겠다.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마트에서 일하는 예민하고 관찰력이 뛰어난 여성 캐셔의 이야기다. 캐셔의 본문을 잃고 손님의 쇼핑 목록을 기억했다가 혼자 소설을 써 내려간다. 이 물품을 주기적으로 사 가는 손님은 가족관계, 직업, 취미, 혹은 삶까지 유추해낸다. 혼자서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잘도 써 내려간다. 우리는 이를 오지랖이라고 말해야 할까. 혼자만의 길티 플레저, 호기심이라고 말해야 할까?

앞서 말한 내 호기심, 현대 사회에서 호기심은 독이 되기도 한다. 국민 90%가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서 사는 현실 속 옆, 앞, 위, 아랫집에 누가 사는지 모를 때가 많다. 굳이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과도 되도록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인사를 건네거나 말을 걸면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 최대한 있는 듯 없는 듯, 당신이 지나가는 상황과 나와 함께 타고 있는 누군가임을 인지하지만 되도록 말을 섞지 않겠다는 의지. 그게 현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소설은 괜한 오지라퍼(차은지)가 자기 면을 재촉하는 이야기다. 소설가로 추정하는 한 남자의 쇼핑 목록이 며칠 저부터 일어나는 살인사건과 맞물린다는 의심이 더해간다. 그 남자가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그 목록으로 살해당한 시체가 보도된다. 지루한 일상에 생긴 반짝이는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의 주인공으로 초대한다.

혹시나.. 만약.. 이란 단어를 좋아하는 나는 성격도 걱정투성이다. 주변인을 관찰하기 좋아하고 나 혼자 이런 사람일 라며 추리하고 정형화한다. 대부분은 그 사람과 좋은 관계일 때가 아니라 나쁜 관계 일때 못된 관찰이 시작된다. '저 인간은 왜 저러고 사나..'싶어 탐구하기 시작하는 것. 소설은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찰나를 스릴 있게 다루었다.

몰입도와 흡입력이 상당하다. 노파심이라면 나처럼 드라마를 보다가 범인이 궁금해서 원작을 찾아 읽었더라면. 미안하지만 황이라는 것. 마트 영수증으로 범인을 유추한다는 콘셉트만 빌려왔지, 거의 새로 쓴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약간씩 손님의 디테일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짧은 시간 투자해 쫄깃하고 등골 서늘한 쾌감을 맛보는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다만, 양심이나 잘잘못을 따지려거든 권하지 않는다. 주인공이나 범인이나 나쁜 건 매한가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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