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 강의 죽음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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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정유정 작가의 책을 읽었을 때를 잊지 못하겠다. 늦깎이에 간호사로 살던 직업을 버리고 작가로 변신해 지금은 한국의 독보적인 소설가로 성공한 정유정의 글에는 살인 묘사가 리얼했다. 의학적 지식이 없고서야 가능하지 않은 취재만으로는 어려운 묘사가 혀를 내두르게 했다. 이후 필모를 살펴보다, 역시 간호사 출신은 다르구나를 실감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누구?

 

애거서 크리스티는 영국의 대표 추리 소설가다. 1890년 영국 데번에서 태어나 197686세 나이로 사망했다. 총 장편 66, 단편 20편을 발표했다. 11살에 부친을 여의고 16세에 파리로 건너가 성악과 피아노를 공부했다. 돌아와 2년 뒤 크리스티 대령과 결혼했다.

 

추리 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그녀는 군인 남편이 전쟁에 출전하자 간호사로 활약했다. 그래서일까. 밀실 살인과 이를 완벽하게 짜 맞추는 에르퀼 포와로가 인기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군인 남편과 이혼 후 1930년 메소포타미아 여행 중 고고학자인 남편과 재혼한 후 작가적 재능을 펼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다양한 경험을 해봐서인지 작가적 재능과 더불어 소재와 배경도 다양하다.

 

이게 바로 영국 왕실의 여성 작위 데임(Daem)을 받아 '데임 애거서'가 된 게 아닐지 싶다(1971). 수많은 작품을 썼지만 그중에서도 나일 강의 죽음(1937)은 그녀가 살아생전 사랑한 책이자, 젊은 시절 직접 경험한 삼각관계를 토대로 아픈 경험을 녹여 낸 작품이다. 1967년 여성 최초로 영국 추리 협회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나일 강의 죽음 줄거리

 


아버지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된 20대 초반의 여성 리넷 리지웨이는 친구 재클린 드 벨포르의 연인 사이먼 도일과 결혼한다. 앞서 재클린(애칭 재키)은 남자친구를 리넷의 관리인으로 취직을 부탁하며 소개한 게 화근이었을까. 부와 외모, 사업 수완 등 모두를 가진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여성에게 결혼을 약속한 연인을 빼앗긴 것이다. 리넷과 사이먼은 신혼여행지로 재키가 꿈꾸던 이집트로 떠나지만. 배신과 복수에 사로잡힌 재키가 그곳까지 따라와 스토커처럼 신혼부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한편, 이집트에서 휴가 중인 명탐정 에르퀼 포와로는 의도치 않게 이들의 삼각관계에 관여하게 된다. 세 사람과 따로 만나 각자의 입장을 토로할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사랑의 양면성을 아는 포와로는 묘한 말을 남기며 젊은 세 남녀를 걱정한다. 맹목적인 사랑은 집착이 될 수 있고 슬픔이 될 수 있음을 초반 경고하듯 복선을 두었다.

 

그렇게 나일 강을 따라 항해하는 크루즈 카르낙에 승선하게 된 포와로. 피라미드를 관광하고 돌아와 크루즈에서 맛있는 식사를 마친 후 귀신이 잡아가도 모르게 잠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그날 밤, 복수의 화신이 된 재키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사이먼을 총으로 쏴 다리에 부상을 입히는 대형사고를 낸다.

 

자신도 제어하지 못할 비이성적인 행동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이끈 것. 공황상태에 빠져버린 사이 그녀의 총을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고 아수라장이 된 사이 다음날, 먼저 잠자리에 든 리넷은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시체로 발견된다. 대체 리넷을 누가 죽인 것일까. 배 안에 타고 있던 사람 모두가 용의선상에 있다.

 

원작 소설, 드라마, 영화 차이점 정리

 

더 깊은 이해를 위해 소설을 읽기 전 1978년 영화 <나일 강의 죽음>과 드라마 [아가사 크리스티: 명탐정 포와로] 시즌9 5,6화를 봤다. 참고로 드라마 [명탐정 포와로]는 왓챠에 전 시즌이 있다. 이 시즌에서 리넷은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했다. 눈부시게 아름답고 차가운 리넷을 잘 연기했다.

 

영화와 드라마 버전 모두 원작을 조금씩 각색했는데 너무 티 안 나게 조금씩 바꿔 정리하지 않기로 했다. 영화는 러닝타임의 한계로 버린 캐릭터가 많고, 속전속결로 군더더기 없니 잘 각색했다. 중요한 점은 사망한 사람과 범인, 살인 이유는 같기 때문이다. 거기에 포와로를 혼동하게 만드는 진주 목걸이 도난 사건도 마찬가지다.

 

밀실 살인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추리 소설은 항상 누군가가 죽고 범인이 빠져나갈 수 없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심리전쟁이 관건이다. 등장인물은 매력적이고 누구도 용의자에서 벗어날 수 없이 리넷과 원한 관계에 있다. 영국에서 이집트라는 낯설고 신비로운 배경을 설정해 미스터리함을 더했다.

 

결말부에 범인이 밝혀지는 비극에서 인생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이 책이 나온 지 9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돈은 중요하다. 사랑 때문에 절절하게 파멸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어졌지만 너무 사랑해서 멈추지 못한 어리석음이 지금까지도 마음을 흔든다.

 

애거서의 캐릭터중 포와로는 단연 인기 캐릭터다. 영어와 불어를 섞어 말하고 품격과 매너를 가져 늘 프랑스인으로 오해받는다. 그때마다 짜증도 안 내고 '덴마크인'이라고 고쳐 말하면 그만이다. 키가 작고 머리가 조금 벗겨진, 달리같이 독특한 콧수염이 인상적인 중년 아저씨다. 회색 뇌세포로 불리는 원작과 가장 흡사한 캐릭터 외모를 구현한 작품은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의 케네스 브래너는 키가 크고 너무 멋져서 탈이다. 그가 연기와 연출을 병행한 전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연관성을 주기 위해 사건 해결 후 나일 강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집트로 부르는 결말을 보여준다. 20222월 개봉을 앞둔 영화를 보기 전 원작 소설, 영화(1978), 드라마(1990)를 챙겨보면 다양한 변형과 재해석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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