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 노르웨이 코미디언의 반강제 등산 도전기
아레 칼뵈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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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등반가, 산악인, 오지 탐험가가 이해 가지 않는 1인이다. 엄홍길 산악인은 왜 산을 오르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 힘들게 올라가서 어렵게 내려오는 산. 대체 왜 끊지 못하는 걸까?

해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으면 조금은 도움받을 수 있다. 어제 서울의 산이라고도 뭐한, 성곽따라 인왕산 자락을 다녀왔으니까. 느끼는 바가 좀 달랐다. 사실, 확실히 몸은 고되었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전경이 멋있더라.

천혜의 자연 노르웨이에서 자란 저자 '아레 칼뵈'는 등산과는 담쌓고 살아갔던 사람이었다. 바쁘게 살다 정신 차려 보니 친구들이 다 산에 올라가 있었고, 그 사진을 인증하는 SNS 홍수 속에서 외톨이인 것 같았다.

그때 "내게 무슨 하자가 있는 게 아닐지.." 깊게 생각했고 확인하기 위해 최신 장비를 들고 산 정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이해해 보려고 굳이 높은 정상까지 기어올라가는 의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위로 위로 올라갔다. 그러다보니 별별산을 다 가보질 않나, 별별사람을 다 만나게 되었다.

그는 노르웨이에 사는 것은 구동독에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항상 감시하는 국가안보부 역할을 하는 게 자연이라는 생각이다. 자연에 둘러싸여 있는 인간은 감시당하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고 말한다. 광활한 대자연의 매력 속에서 압도당하면서도 은근한 부담감에 도망가고 싶어진단다. 한국에서 너무 먼 나라 노르웨이. 알면 알수록 독특한 북유럽 문화가 낯설지만 재미있게 펼쳐진다. 그리고 환경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지구에서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가까운 미래의 심각성도 곱씹었다.

미니멀라이프가 유행하고 자연에서 영감을 얻으라는 사조가 퍼지면서 사람들은 북유럽으로 많이 떠났다. 이를 미리 간파한 걸까. 노르웨이는 이미 투명 엘리베이터, 자급자족 호텔, 고요하고 홀로 떠올라있는 여행을 추진했다. 결과는 대성공! 오두막 속의 세상이 펼쳐지는 월든처럼 전원생활은 동경의 대상이 되기 충분했다.

좋아하는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의 책 중에 《주말엔 숲으로》에서는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에서 벗어나 주말이면 숲을 찾아 힐링하고 피톤치드도 마시며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푸는 세 여성을 그리고 있다. 도심에서 경험할 수 없는 평화를 찾고 싶은 자들이 산을 오르는 거다.


하지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산은 오르라고 있지만 정상에 서면 내려갈 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래 직업까지도 톺아본다. 여전히 미래 사람들은 모두 IT 관련 직종에만 몰두할까? 30-40년 전만 해도 미용사, 네일아트사, 헬스트레이너, 바리스타 등 사람들의 여과 시간과 관련된 일은 직업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반면 과거에는 노동이었던 일이 여가가 되기도 한다. 산장은 인부들의 일자리였지만 지금은 여가 행위로 전락했다. 과거에는 직업이었던 일들이 현재는 여가 시간을 이용해 생계를 유지한다.

어쩌면 저자의 생각대로 근미래 모든 사람들이 과거로 돌아가 농사짓고, 고기 잡아, 산꼭대기로 배달해 주는 사람, 지친 사람들을 발마사지를 돕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도시는 텅 비어있고 산속이 북적이는 역전현상, 이런 재미있는 상상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터무니없어서 피식거리지만 어쩌면 일어날지도 모를 미래, 장난 속에서 삶의 가치를 깨닫는 일이 머지않아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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