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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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한 빈민가 근처에서 기차 폭발 사고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에 이르렀다. 그 마을에 사는 소녀 지반은 가난하지만 소신을 갖고 있었다. 아픈 아버지와 없는 살림에 고생만 하는 어머니와 살고 있지만 언젠가 열심히 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꾸는 평범한 소녀였다. 


사고 후 집에서 멀지 않은 기차역에 다녀왔던 지반은 두 눈으로 부조리를 똑똑히 보게 되었다. 이후  페이스북을 하던 중 기차 폭발 사건과 관련해 공권력의 방관과 시민 안전의 부재를 지탄하며 분노해 게시물 공유와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자신의 견해를 당당히 드러냈다. 


"경찰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면, 죽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본다면, 정부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뜻 아닌가요?"


하지만 이 작은 행동은 순식간에 퍼졌고 소녀의 삶을 갉아먹었다. 며칠 뒤 지반은 국가에 대한 범죄 즉, 선동이란 죄목으로 체포되었다. 그렇게 구치소에서 감옥으로 이송되었다. 세상은 지반을 테러리스트로 덧씌웠다. 결백을 주장하자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이 선동적인 글이며, 정부를 테러리스트라고 불렀다며 국가에 대한 충성심의 부재를 드러냈다고 말한다. 언론은 있지도 않는 사실을 날조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세상은 마녀사냥을 할 대상을 찾는 듯했다. 희생양이 된 지반은 돈도 연줄도 없이 억울한 죄를 뒤집어써야만 했다. 


한편, 평범한 체육 교사인 남자가 퇴근길에 또 지연되는 기차를 기다리러 기차역 밖으로 나왔다. 그는 시간을 때우려고 둘러보다가 유명인과  야당 정치인의 연설을 듣고 매료된다. 그 자리에서 연설을 듣고 있었을 뿐인데 공짜 음식과 신에 대한 경배까지 더해져 특별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후 그는 지반을 몇 번 가르쳤다는 이유로 정치인의 눈에 든다. 체육 선생은 정치인을 위해 뭔가를 해주며 VIP가 된 기분에 중독된다. 결국 여학교의 기술 문제를 해결해 주면 그만이었던 남자 선생이었던 그가 한순간에 신분이 상승하게 된다. 그토록 꿈꾸던 중산층이 되었다. 그 소녀로 인해 인생이 달라진 것이다. 


지반과 마지막으로 인연이 있는 러블리는 사실 히즈라(트랜스젠더를 인도에서 부르는 말)다. 영화배우를 꿈꾸며 연기 수업을 착실하게 받고 있는 중이다. 생계 수단으로 다른 히즈라들과 아기들의 축복 세례를 하면서 푼 돈을 번다. 세상이 자신을 괄시하는 분위기를 알고 있다. 트랜스젠더를 보는 곱지 않은 시선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지만 가끔 도를 지나치는 행동에 마음 상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내가 스타가 되면.."이란 마법 같은 주문을 외울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법정에 서게 된 지반의 증인으로 출두하게 된다. 예전에 지반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던 러블리는 소신 있는 발언으로 화제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소설은 인도 출신의 미국 작가 '메가 마줌다르' 데뷔작이다. 단 한 권의 소설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21세기 찰스 디킨스'란 찬사를 동시에 얻었다. 그는 인도 서벵골주 콜카타에서 태어나 성장한 배경을 소설 속에 녹여 냈다. 가난, 종교, 계급, 마녀사냥, 부패한 정치와 언론 등 현 인도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점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콜카타에 살고 있는 세 사람의 인생이 결계처럼 얽혀 있어 서로의 삶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 포인트다. 따라서 완벽한 정삼각형 구도로 어느 하나가 이탈하면 뭉개져 버리는 도형을 의미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도 망가트릴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생각 없이 했던 행동으로 누구는 완전히 사라졌고, 누구는 완전히 위로 올랐으며, 누구는 말도 안 되는 희망에 가까워질 기회를 얻는다. 


잔잔했던 호수에 동심원이 퍼지듯 번져나가는 사건의 얼개로 인해 무고한 사람의 인생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의 반기를 드는 소설이다. 읽는 내내 세 사람의 입장세 이입해 '나라면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끊임없는 질문을 요구하는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어떤 이야기로 독자를 매혹시킬지 '메가 마줌다르'의 다음 소설이 기다려진다. 무엇보다 영화같은 이야기에 영상으로 선연하게 그려지는 텍스트가 꼭 영화나 드라마인 영상언어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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