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쓰는 용기 - 정여울의 글쓰기 수업
정여울 지음, 이내 그림 / 김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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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언제 써야 할까. 짧은 글, 사진, 동영상으로 뒤범벅된 세상에서 긴 글을 읽고 자신만의 생각을 글로 토해내는 일은 시간 낭비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읽고 쓰기가 선행되지 않으면 공부도 삶도 모든 것에서 뒤처질지 모른다. 영화를 온전히 보지 않고 유튜브의 요약본이나 유튜브의 해석을 보건, 책은 읽지 않고 블로거의 리뷰를 훑어본다. 알쓸신잡은 될지 모르지만 오래도록 남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어 버리고 남는 것도 없다. 또다시 같은 일을 처음 한 것처럼 반복하는 바보가 된다.

 

 

 

정여울 작가의 신작을 읽었다. 마침 슬럼프가 왔을 때 읽었던 책이라 구구절절 공감하면서 지난날을 점검했다. 가장 사랑하는 것도 글쓰기, 가장 어려워하는 것도 글쓰기, 그러나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것도 글쓰기라 말하는 사람이다.

 

 

 

글로 밥을 벌어 먹고 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글쓰기에도 재능이 필요한지, 스트레스 해소법이나 보람되었을 때 등부터 자신만의 노하우를 담은 정여울의 첫 글쓰기 책이다. 따라서 정여울을 작가로서 좋아하는 독자, 예비 작가나 창작자를 꿈꾸는 사람, 그저 쓰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글쓰기의 정도를 가르쳐 준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혼자 끄적거릴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혹여나 소위 '메인'이란 컬렉션에 걸렸을 때 벌어지는 명암이다. 내가 쓴 글이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일은 좋다. 하지만 악의적인 댓글까지 1+1으로 딸려온다. 글 쓴 사람에 대한 폄하와 평가부터, 지적질, 글의 내용과 무관한 내용과 인신공격 등 "내가 생각했던 건 이게 아닌데.."라고 댓글을 읽다가 상처받는 일이 종종 생긴다.

 

정여울 작가는 악평과 악플에 대처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대처하려다가 더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의를 가지고 단 댓글에 휘말리다 보면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바뀐다. 나도 처음에는 댓글을 일일이 나름 논리적으로 달았다가 그냥 '무시'하는 게 상책임을 몇 년 전 터득했다. 악성 댓글을 보지 않으려고 선플도 보지 않는 부작용이 생기기는 하지만. 하지만 애정 어린 비판은 때론 약이 된다. 좋은 글이란 읽은 사람들의 꾸준한 평가와 계속 회자하는 방향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관한 부분도 와닿았다. 나이가 들면 습관이 굳어지고 생각하고 궁금해하는 호기심이 줄어든다고 하지 않나. 생각을 말랑말랑하게 계속 만들어 주려는 역시나 읽고 쓰는 수밖에 없다. 정여울 작가는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읽었던 책을 최소 세 번 이상 다시 읽어보라 조언한다. 한 번 완독도 어려운데 세 번이나 싶지만. 메모하면서, 생각하면서, 걸으면서, 자면서도 생각해야 한다. 이런 열정은 나이가 들어도 사라지지 않고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로도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읽고 쓰는 노하우를 짧게 소개하고 싶다. 일단 마음에 들거나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면, 그게 고전이거나 인문학책이라면 그와 관련된 배경지식을 먼저 쌓는다. 예를 들면 동명의 영상으로 된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먼저 보고 분위기를 익힌다. 그렇게 읽은 책은 훨씬 접근하기 쉽고, 금방 지치지 않는다. 고전을 리메이크했거나 리부트, 드라마 버전 등으로 심화 학습, 파생해서 보는 것도 좋다. 책을 완독했다면 그와 연결되는 다른 작품을 줄줄이 탐색한다. 최근 '제인 에어'를 원작으로 읽었는데, 세 편의 영화를 보았다. 2011년 버전(미아 와시코브스카, 마이클 패스벤더), 1996년 버전(샤를로뜨 갱스부르, 윌리엄 허트), 1948년 버전(조안 폰테인, 오손 웰즈)마다 차이점을 발견하고 배우들의 연기 톤을 감상하니 좋았다.

 

 

 

이후 영국 문학과 영화를 보다 보니, 또다시 호기심이 생겨 '엘리자베스 1세'여왕에 관심이 생겼다. 마침 OTT 웨이브에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엘리자베스>가 있어 감상했고 연이어 여왕이 되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칭호를 얻은 <골든에이지>를 감상했다. 당시 내가 읽고 있는 책은 《패권의 대이동》이었기에 훨씬 재미있었다.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이란 나라가 차지했던 패권국의 전설을 재미있게 쓴 책이었다.

 

 

 

이런 식의 줄줄이 사탕으로 이어지는 독서는 글 쓰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지경을 넓혀가는 독서와 쓰기는 연관관계는 이를 업으로 삶으려는 사람이나 삶을 지탱하는 근간으로 삼을만하다. 쓰지 않는 인간, 읽지 않는 인간은 아니 인류는 문명의 퇴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지긋지긋하지만 읽고 또 쓴다. 아마 죽을 때까지 그러지 않을까 싶다. 며칠 전 발견한 손바닥의 굳은살이 그동안 나의 10년의 쓰기 생활의 흔적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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