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 황교익의 일과 인생을 건너가는 법
황교익 지음 / 김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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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있다가 없다가 한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안 좋을 뿐이다. 자존심은 있다가 없다가 하는 것이 아니다. 자존심은 한번 무너지면 아예 없어진다. '무너진 자존심을 세우는 일'같은 것은 없다. 최종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자존심이다. 자존심이 최종에는 인간을 먹여 살린다." p161

최근 경기관광공사 내정에 따른 여러 가지를 제외하고서라도 궁금했던 책이다. 따로 유튜브나 다른 책은 챙겨 보지 않았다. 오직 내가 황교익을 알게 된 건 tvN '알쓸신잡'때문이었다. 그를 가장 유명하게 했던 '수요미식회'도 보지 않았으니. 지적 예능의 교본으로 자리 잡은 '알쓸신잡'의 이미지가 크게 자리 잡은 것도 한몫했다.

책은 그가 마산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겪었던 이야기와 60을 바라보는 중년이 된 시점에서 살아온 인생과 직업적 고뇌를 녹여 낸 글이다. 연대기로 기록되어 있으며 삶을 반추하며 젊은 세대에게 제목 그대로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를 논하면서도 어떻게 먹고살았는지를 펼쳐낸 증언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짧고 간략한 자서전이기도 하면서도 에세이, 직업인으로서의 노하우를 담은 처세술, 자기계발서의 성격도 띤다.

마산에서 부모님의 사업이 망하기 전까지는 유복하게 자랐다고 한다. 교육열이 높은 마산에서 태어났고 유년 시절에는 공부를 못했다고 적었다. 키도 작고 왜소했다고 한다. 그가 어릴 적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자신의 생각을 보탠 거창고 취업 10계명의 새 편집에 명은 이렇다. 저 말이 유독 와닿는다. 지금 봐도 충격적인 거창고 취업 10계명이 삶의 태도로 삼고 이후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라,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부모가 반대하면 그 길이 맞다. 그 길로 가라.

그는 1981년 중앙대학교 정경대학 법정에 열에 입학했다. 법정계열에는 정치외교학과 신문방송학과가 있었다. 이는 우연히 '뉴저널리즘'에 관한 책을 읽고 대학 입학을 결정했다. '객관성의 신화 속에 숨지 마라'를 모토로 '나는 객관적일 수 없다. 그러니 주관적으로 글을 쓰라'가 행동 준칙이 된다. 이 문구를 들으니 이제야 조금은 이해된다. 그를 향한 비판과 질타의 이유를 말이다. 대학 다닐 때 극회에서 연극 연출을 올린 적도 잠시 연기를 한 적도 있단다. 그래서일까. 방송 체질이란 말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님을 실감케 했다. 연극을 하며 무데 공포를 확실히 줄였고 내 안에 누군가가 살 수 있게 만드는 게 연극임을 깨닫는다.

졸업 후 출판사에 있다가 농민신문에 들어가 기자가 되었다. 처음에는 교열 교정 분야였는데 어느새 취재기자사 되어있었다. 농사를 지어본 적 없었지만 어찌어찌 적성에 맞아 편집장을 지냈고 농민신문사의 잡지도 발행하기도 했다. 그러다 돌연 마흔에 퇴직했다. 어떻게 먹고살려고 그랬는지 마흔을 바라보는 나는 이해불가이면서도 그 결정이 부럽기도 했다.

이후 몇몇 사업에 손을 대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우연한 기회에 향토지적재산살리기운동본부에서 '지리적표시제'를 한국에 자리 잡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거의 무보수급 열정 페이로 일했다고 회상하며 보름 만에 농민들을 위해 《알기 쉬운 지리적표시제》를 발간하기도 했다. 다양한 곳에서 청탁 원고를 쓰며 살아왔고 자신의 이름을 건 유튜브와 블로그를 운영했다.

황교익이 말하는 기자는 '아는 체하는 직업인'이라 정의한다. 전문기자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글을 쓰기 보다 자기만의 전문적인 관점을 확보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전문가처럼 잘 알고 있고, 전문가가 모인 토론회에서 발제는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고 말이다.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고 사회적 인정을 받고 싶다면 대학 전공과는 다른 분야를 깊게 파는 것도 좋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해 농민신문사가 적합한 직장이었다. 부서를 옮겨 두루 얕은 지식을 탐험하며 그저 그런 글을 쓰며 정년까지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음식이라는 전문 분야를 만들어 대학 전공에 새로운 분야를 접목했다. 대학원을 가라는 소리가 아니라. 배운 지식(학교 공부)에 흥미롭거나 재미있는 지식(사회 공부)를 결합해 보는 거다. 그렇게 맛칼럼니스트라는 독특한 영역을 확보했다고 적혀 있다.

다양한 직업이 생겼다가 사라지고 스스로 직업을 만들거나 직업군을 개척해 후학 양성에도 힘쓰기도 한다. 황교익 스스로 칭했다는 맛칼럼니스트란 말은 먹방러, 뷰티크리에이터, 직티스트, N잡러 등. 이런 말들이 유행하기 전부터 먼저 시작했던 사람이다.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시작부터 난관이고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걷는 것과 같다. 92년도 농민신문사에서 일본 연수를 갔을 때 처음 호텔 TV에서 방송되는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보고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잘 알지 못할 때, 단편적인 여러 사건을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를 잘 모르지만 책을 통해 조금은 알 수 있었고 약간은 이해해 볼 수 있었다. 방송에서 하는 말과 글로 쓴 문체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책은 객관적인 사실이나 정보를 알 수도 있지만 장르에 따라 저자의 생각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니 읽고 자기 정보나 느낌으로 해석해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다양한 관점을 습득할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인물을 이해하는데 에세이가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살아가는데 정답은 없다. 항상 끊임없이 의심하고 분투하고 다시 생각해 볼 것이다. 그 길에서 책만큼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은 없기에 언제나 함께 하고 싶을 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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