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삭스 지리 기술 제도 - 7번의 세계화로 본 인류의 미래 Philos 시리즈 7
제프리 삭스 지음, 이종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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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의 제프리 삭스의 신작은 7만년의 인류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저자는 오늘날까지 7번의 뚜렷한 세계화의 시대를 통과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지리, 기술, 제도가 상호작용하며 변화했다고 주장한다. 이를 이해하는 것은 인류 역사를 이해하면서도 길잡이가 되어줄 현명한 불빛임을 강조한다.

 

저자가 설정한 일곱 번의 세계화는 이렇다. 첫째는 인류가 수렵채집자로 살아가던 구석기 선사시대다. 둘째는 신석기 시대로 정착해 농업을 시작했다. 셋째는 기마 시대(청동기 시대)로 야생말을 길들였고 원시 문자를 개방해 장거리 교역과 통신이 가능해졌다. 넷째는 고전 시대로 대규모의 제국(메소포타미아,아시리아,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부터 로마, 중국 등)들이 처음으로 생겨났다. 다섯째는 해양 시대로 5대양으로 제국이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섯째는 산업 시대로 대영제국의 산업혁명이 태동하게 되었다. 일곱째는 디지털 시대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다.

 

 

 

일곱 가지 시대를 요약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갔다. 유년시절 세계사에서 배웠거나 다큐멘터리를 보고 배웠던 내용들이었고, 복습하는 기분이라 술술 책장이 넘어간다. 흥미로웠던 점은 말을 순치(길들임) 하면서 사막의 운송 수단, 전쟁 등으로 인류가 발전했다는 점이다.

 

 

 

기마 시대는 금속의 시대, 새로운 문명을 만들었다. 기원전 3000년-1000년 사이 유라시아의 주요 문명들이 형성되는 시기였다. 이에 결정적인 역할은 말을 길들이고, 문자를 만들고 야금술(금속)의 발전이 큰 몫을 했다.

 

"인류의 역사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만을 탁월하게 정리해 놓았다"라고 극찬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추천사가 인상적이다. 실제로 정독하면 그 말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현재 팬데믹과 기후변화라는 두 축에서 바동대고 있는 인류에게 필요한 책이다.

 

문명이 만들어지기 위한 지리, 기술, 제도의 상호작용과 기능성을 역사적인 맥락으로 되짚어보고 미래 세대를 위한 조언과 생존법도 제시한다. 미래란 과거의 파편으로 쌓아올리는 일이다. 역사와 과거를 다시 떠올리며 전 세계적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이자 해답에 근접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아메리카의 발견과 희망봉을 돌아 동인도제도로 가는 해로를 발견한 것은 인류의 역사에 기록된 가장 위대하고 중요한 두 가지 사건이다. 두 발견의 결과는 이미 아주 크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 사건들 이우에 2~3세기라는 비교적 짧은 시기가 흘러갔으므로 그 파급효과를 모두 다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두 위대한 사건들로부터 어떤 혜택과 어떤 불운이 인류에게 찾아올지는 인간의 지혜로는 예측하기 어렵다. 어떤 면에서 세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들을 서로 연결시킴으로써, 그리고 그 지역들이 서로 상대방의 필요를 충족시켜줌으로써, 두 위대한 사건은 전반적으로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나 동인도제도와 서인도제도의 원주민들에게 이런 사건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상업적 혜택은 그 사건들이 일으킨 끔찍한 불운 때문에 묻혀버리거나 사라져버렸다. 그런 불운은 이 두 사건의 성격 그 자체에서 발생한 것이라기보다는 우연한 일들로부터 발생한 듯하다. 이 두 발견이 이루어지던 특정한 시기에 유럽인들의 힘의 우월성은 너무나 확연하여 그들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들에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온갖 불의한 일들을 저지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부터 그 지역의 원주민들이 좀 더 강해지거나 혹은 유럽의 주민들이 좀 더 약해질 수 있을 것이고, 그리하여 세상의 모든 다른 지역들에서 사는 주민들이 용기와 힘의 균형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상호 간의 공포가 생겨남으로써 독립국가들의 불의한 행위를 제압하여 서로의 권리를 어느 정도 존경하도록 강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힘의 균형을 가져오는 수단으로는 폭넓은 지식과 모든 종류의 개선된 제품들을 상호교환하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온 세상의 모든 국가들이 서로 폭넓게 상업 활동을 벌일 때 그런 상호소통과 개선이 자연스럽게 혹은 필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P201-203

 

18세기를 산 애덤 스미스가 세계화 관점에서 말한 '공평한 구경꾼'을 인용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인류 세계화의 네 번째 시대를 촉진한 사건(유럽과 아메리카, 아시아를 연결하는 해로 발견)인 제국 시대의 명암을 인문학적 관점에 대해 말했다. 스미스가 살던 시대에는 힘을 가진 유럽의 압도적인 위세로 약탈과 정복의 피해자가 생겼다.

 

21세기 지금도 힘을 가진 나라는 힘없는 나라에 마스크나 백신으로 충분한 세력을 떨치고 있다. 패권국의 지배는 여전히 존재한다. 가난한 나라는 팬데믹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스미스는 세력의 재균형이 "상대방에 대한 존경으로 이어지는 세상"을 꿈꿨다. 다시 애덤 스미스가 예언한 희망이 세상을 구원할 때가 온 것이다. 해양 시대, 제국주의, 패권 시대의 명암을 되새겨 봐야 할 때이다.

 

책은 지리, 기술, 제도로 연결된 미래를 예측하고 전반적인 인류의 역사 흐름을 한 권에 담아낸 통찰력에 감탄하며 적극 추천한다. 다만 불필요한 한자식 번역이 그 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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