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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의 대이동 - 세계사를 움직이는 부와 힘의 방정식
김대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6월
평점 :

세계사의 정치와 경제는 그야말로 파워 게임이다. 한 국가가 나른 국가 사이의 힘을 행사하는 것을 국제 관계에서는 흔히 패권, 헤게모니라고 한다. 세계라는 큰 무대에서 그 힘을 행세하는 압도적 지배력의 위치의 나라를 패권 국가라고 부른다. 물론 중국이 무섭게 따라오고 있지만 미국이야말로 이 패권국에 어울리는 나라다.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 세계의 왕좌라고 해도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미국 같은 패권국은 언제부터 등장했을까? 그 해답에 가까워지려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던 14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시아를 찾으려던 시도에서 '대항해 시대'가 열려 버렸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국경과 바다를 건너 다른 지역으로 진출, 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엮인 초기의 세계화가 되었다.
책에는 스페인에서 시작되어 네덜란드, 영국, 미국으로 이어진 패권 형성과 이동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권력의 흥망성쇠가 알차게 구성된 탓에 세계의 권력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스페인은 세계 역사상 네 번째로 넓은 대제국을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 영토와 군사력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16세기 초만 해도 유럽 역사에서 가장 큰 제국을 보유하고 있었다. 고대 로마제국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원조는 스페인에서 시작되었다. 이베리아반도의 두 나라가 결합해 태어난 나라로 혼인, 정복, 상속을 통해 계속해서 영토를 넓혀갔다. 당시 스페인은 유럽에서 가장 막강한 육해군을 갖추고 있어 여러 전쟁에서 승리했고 특히 아메리카에서 금, 은을 얻어 부강해진다.
하지만 1세기도 유지하지 못한 채 서유럽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네덜란드는 저지대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7개 나라가 힘을 모아 스페인에 80년을 맞선 독립으로 태어났다. 네덜란드는 군사력을 동원해 영토를 넓히는 것 이상으로 상업을 진작시켜 부를 이루었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아시아 곳곳을 누비며 승승장구했다. 18세기 초 네덜란드는 세계 제일의 부유한 국가였지만 유럽 너머의 세계는 영국에 지휘권을 슬슬 잃어가고 있었다.
패색은 17세기 중반 네덜란드와 영국의 세 차례 전쟁으로 시작되었다. 영국은 자본주의가 크게 성장한 탓에 네덜란드 우위에 설 수 있었다. 땅을 빼앗긴 농민들이 임금 노동자로 전환되어 빠르게 산업화되었다. 1차 산업혁명으로 강력한 생산력과 자유무역을 내세워 자국 제품을 전 세계로 수출했다. 영국은 상업과 산업, 해군력으로 앞선 나라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펼쳤다.
이에 힘입어 17세기 말부터 프랑스와 치열한 패권 경쟁 7년 전쟁으로 인도와 북아메리카에서 프랑스를 완전히 몰아내고 유럽 제1 패권국으로 우뚝 선다. 그 후 북아메리카 독립전쟁으로 식민지 일부를 잃었지만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는 지위를 유지했다. 드디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위상이 드높아졌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으로 영국도 서서히 왕좌에서 내려와 미국에 권위를 넘겨주게 된다. 미국은 2차 산업혁명으로 대량 생산과 소비가 결합된 산업 자본주의가 발달했고 지금도 건재한 대기업이 생겨나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라 전쟁 무기와 물자를 생산하면서 크게 돈을 벌었으며 과학, 기술 분야에 국가가 개입하면서 생산력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드넓은 대지와 인구 밀도의 유리한 점이 있어 오직 수출에만 기대지 않아도 가능했다. 이후 미국은 다자간 무역 협정을 바탕으로 자유 무역 체제와 민주주의, 자본주의를 등에 업고 지금의 제1 패권국이 되었다.
세계의 패권의 흥망성쇠를 정리한 저자는 패권의 바탕이 되는 경제 체제의 속성과 재정 체제의 효율성을 주목한다. 이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도 전망해 볼 수 있는 심미안이 생긴다. 역사의 반복으로 미래가 만들어진다. 대한민국의 위치를 고려해 볼 때 패권국 사이에서 처세와 세계적인 번영과 확장에 경험 있는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는 우리가 더욱 부강해질 수 있는 데이터 베이스가 되어 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