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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괴물들 -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
알베르토 망겔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6월
평점 :

스스로 독서가, 애서가로 불리고 싶어 하는 작가이자 번역가, 편집가, 비평가, 국제펜클럽 회원 등을 역임한 아르헨티나 출신 알베르토 망겔의 책이다. 독서왕 빌 게이츠보다 한 수 위일까 아래일까 개인적인 궁금증이 들었지만 각설하고.
책을 들여다봤다, 그가 지금껏 좋아하고 삶에 큰 영향을 미친 37의 캐릭터에 대한 러브 레터다. 굳이 개인적인 최애 캐릭터를 우리가 알아야 할까 궁금증이 들던 차에 책을 휘리릭 훑어보다 깨달았다. "아. 나도 좋아하는 캐릭터다!"라는 섬광 같은 동질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사랑한 캐릭터에 헌정하는 짧은 에세이는 동화, 코믹북, 신화, 전설, 고전의 이야기가 일부 실려 있다. 자신만의 해석으로 캐릭터에 활력을 불어 넣는 한편, 풍부한 통찰까지 담아 캐릭터의 매력을 발산한다. 또한 각 장마다 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 캐릭터가 어우러져 한층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정이 느껴진다. 그림만 봐도 그것 또한 새로운 독서법이 될 정도로 캐릭터의 특성을 제대로 뽑아냈다.
내가 알고 있는 캐릭터와 생전 처음 보는 캐릭터의 낯섬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내가 생각한 캐릭터를 그가 해석하거나 풍자할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지만, 개인의 감정에 충실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좋아하는 캐릭터는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간직하고 싶다는 이중적 감정도 든다. 하나하나 씩 읽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내가 좋아했던 캐릭터를 컬렉션 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더불어 어릴 때 들었던 감정이 성인이 되어서 달라졌을 때의 당혹감까지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게 바로 고전 읽기의 즐거움, 스스로 상상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좋은 기회다. 책은 괴물들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무섭거나 혐오스럽기 보다 오히려 따뜻하다. 사회에서 폄하되고 내쳐진 괴물들이 갈 곳이 생겨버린 동시에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소설이나 만화, 게임, 영화 등 캐릭터 설정에 고심하고 있는 예술가 및 창작자에게 신선한 영감이 되어줄 책이다. 책과 영화를 사랑한다면 소장 가치 100%의 교양인 문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