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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조선 -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질병과 의료, 명의 이야기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1년 5월
평점 :

조선시대에는 감기나 종기에 걸려 비명횡사할 수 있었다. 지금의 감기처럼 경미하고 잦은 질병으로 죽기도 하고, 종기 때문에 조선시대의 열 명 이상의 왕이 죽었을 정도니 그 두려움은 극에 달했을 것이다. 효종은 이마에 생긴 종기가 커져 눈이 부어올라 제대로 뜰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의관 신가귀를 불러 종기를 짜내라고 했으나, 피가 멈추지 않아 41세에 사망했다.
예종은 어릴 때부터 몸이 허약했다. 창진이라는 부스럼과 발진을 일으키는 병을 크게 앓았고 족질이라는 발에 병도 있어 고생했다. 하지만 왕에 오른 직후 걸린 감기는 1년여를 낳지 않고 이어지다 2개월 후 사망했다. 감기를 앓다가 돌연사 한 예종의 죽음은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병마와 싸웠던 조선시대 종합병원 세종은 54세 생을 마감하기까지 병을 달고 살았다. 23세 때 처음 종기가 나기 시작해 고생은 말이 아니었고, 10인의 후궁과의 왕성한 성생활로 성병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대표적인 병은 소갈증 지금의 당뇨였다. 당뇨로 인한 각종 합병증으로 눈이 보이지 않아 독서에 어려움이 있었고, 풍습병이라고 불리는 지금의 관절통은 언제나 함께였다.
결국 말년에는 중풍마저 겹쳐 죽음을 맞이했다. 당뇨는 식단 조절이 중요한데 온갖 진상을 받는 왕의 입장에서 음식 관리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너무 좋은 것만 먹고 운동을 하지 않은 결과 생기는 부자병이 세종을 덮쳤다.
그밖에 조선시대를 무섭게 만든 10대 질병을 꼽자면, 치질, 소갈증(당뇨), 중풍(뇌졸중), 홍역, 천연두, 학질(말라리아), 염병(장티푸스), 나병(한센병) 등이다. 지금의 의사인 어의나 수태의, 수의 등은 양반 출신이 아닌 사람이 많았고 지금처럼 대우받지 못하고 천한 직업으로 인식되었다. 게다가 말을 돌볼 수 있는 마의도 겸직해야 했기에 의관의 수는 많지 않았다.
조선시대에는 홍역, 장티푸스, 염병, 천연두, 나병처럼 전염병이 거의 매년씩 참아왔다. 따라서 기대수명은 50대 전후였으며 장수의 기준이 환갑이고, 예로부터 드물다는 뜻의 고희, 칠순을 이르면 장수 중의 장수로 여겼던 것이다. 책은 조선 시대의 질병과의 투쟁을 다룬다. 다섯 장에 걸쳐 간추려 설명한다.
1장 조선의 의료 체계와 의료 시설, 2장 조선 백성들을 괴롭힌 10대 질병 등, 3장에서는 조선 왕들의 질병과 죽음, 4자에서는 조선을 풍미한 명의, 마지막 5장에서는 의학의 초석이 된 의서 등으로 우리가 잘 몰랐던 조선의 의학에 대해 간접적으로 공부한다.
지금도 코로나를 잡지 못해 1년 반을 시름하고 있기 때문에 조선 시대의 장수는 가장 큰 복 중에 하나였다. 수술도 할 수 없고 전염병의 원인을 알지도 못했으며 백신도 없었던 조선 시대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어땠을까. 상상조차 할 수 없고 감히 간음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기 속에서도 나름의 체계적인 의료 시스템을 갖추며 한 사람이라도 살리려는 의사가 있어 지금까지 이 땅에 사람이 살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조선의 명의는 허준과 대장금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조선 500년의 의료 역사가 흥미롭게 담겼다. 21세기 기대 수명 백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질문과 재미를 안겨주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