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법정에 선 법
김희수 지음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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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정의롭지 않다"

얼마 전 재미있게 본 드라마[로스쿨]에서 나온 말이다. 드라마의 중심 서사가 되는 죽음에 앞서 서병주가 했던 대사다. 정의로운 감사였으나 한 순간의 실수로 타락해 마약까지 손댄 후 죽음을 면치 못한 교수였다.

법은 정의 구현을 목표로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해야 하거늘. 요즘은 돈, 권력 소위 있는 자들을 위해 이용되는 게 법이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사람은 잘못한 게 없어도 잘못한 사람이 된다. 요지경인 세상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세상이다. 따라서 경미한 과오로 벌금형을 받았으나 납입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한 일수벌금제, 장발장은행이 있는 것이다.

 

헌법자의 눈으로 본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부분이 흥미로웠다. 만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이나 임시헌법 재정이 민족의 신임이나 위임 없이 진행되었다면 아무 효력이 없단다. 이게 머선129?

결과적으로 임시정부와 대한민국임시헌법 제정에 민족의 위임이나 신임이 없었다고 가정해도,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을 통해 사후 승인 의사를 밝혔기에 임시정부는 적법하다. 위임 없이 한 행위라도 사후에 이를 인정하면 법적으로 유효하다. 따라서 해방 이후 헌법 제정을 통해 국민이 보여준 헌법 결단에 따라 임시정부는 적법한 우리의 정부이며 대한민국임시헌법도 우리의 헌법인 것이다.

김구, 김원봉, 이봉창, 윤봉길을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는 뉴라이트 교과서의 근거는 무엇일까? 이들을 의열 투쟁(의사와 열사의 투쟁)을 테러라고 말하는 건 왜일까. 테러와 테러리즘의 개념은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범 하기 어렵다고 한다. 마치 광복절이 일본의 패전일인 것처럼. 국제사회 각 국가 및 집단은 정치, 경제, 종교, 민족, 이념 등에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 사회에서도 테러와 테러리스트를 법적으로 정의하기 곤란하고 불분명하다. 식민 지배는 긴급사태였고, 죄형법정주의(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형벌도 없다)를 적용해, 테러 관련 법령이 없던 일제 식민지 시대 의열 투쟁의 테러 규정은 근거가 없다.

한술 더 떠,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한 인물이 범죄자로 낙인찍힌 사례도 있다. 신채호는 사기 및 외국환 위조, 윤봉길은 살인, 살인미수, 폭발물 취체벌칙 위반, 유관순은 보안법 위반, 소요죄 등으로 유죄 판결 받았고 유효하게 남아있다.

역사의 법정에 선 법은 전봉준 유죄 판결부터 형벌 불평등 문제까지 근현대사를 지배한 악법과 판결들을 정리했다. 저자는 언젠가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날,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법의 관점에서 들여다본 책이 없다는 것을 알고 통감한다. 언젠가 가진 지식을 토대로 법을 배우는 학생과 시민이 공유할 수 있는 책을 써보겠노라고 다짐했고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

 

읽다 보면 다소 답답하고 억울한 고구마 백만 개인 사례가 대부분이다. 과거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 마음이 배가된다. 정작 조국을 위해 헌신한 피해자인 독립운동가의 억울한 유죄를 다시 법정에 세워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안고 갈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딱딱한 법을 유연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문해력도 있으면 유리하다. 첫 페이지부터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볼 필요는 없고 원하는 것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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