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 - 21세기 전체주의의 서막
한중섭 지음 / 웨일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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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자주 보는 탓에 감시 사회를 다룬 소재를 접할 때면 '또 야?!'싶을 정도로 닳고 닳았다고 생각했다. 최근 본 체코 다큐멘터리 <#위왓치유>는 n 번방을 떠올리게 하고, <실크 로드>는 비트코인을 소재로 마약을 거래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놀라우면서도 금세 잊히곤 했다. 하루가 다르게 디지털 범죄와 감시에 관한 뉴스는 귀가 따갑게 듣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디지털이 더해진 감시 체제는 알게 모르게 만연화되었다. 우리 일상 속에 파고들어 생각지도 못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지켜보는 섬뜩한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을 보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게 훨씬 많다는 오싹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책은 한중섭 저자가 브런치에 쓴 글을 통해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은 수상한 <디지털 빅브라더>를 바탕으로 했다. 감시의 역사부터 시작해 현재 디지털로 발전되며 민낯을 드러내는 사례까지 꼼꼼하게 정리했다. 고전 《1984》, 《멋진 신세계》, 《동물농장》을 읽어볼 시간 없다면 이 책 하나로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거 같아 추천한다.

 

 

 

감시의 역사는 강자가 약자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권력으로 인류의 농업혁명 이후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가축, 노예, 여성을 감시했던 것이 국가가 생기고 발전하며 체계가 생기자 대상 범위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었다. 즉, 감시사회란 권력을 가진 자가 그렇지 못한 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진 체계다. 이후 진화를 거듭하며 판옵티콘(원형 감옥)에서 스마트옵티콘으로 발전하며 소수의 사람이 다수의 사람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된 상태다.

 

 

 

코로나19로 디지털 체계가 앞당겨진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는 전체주의, 빅브라더의 숨은 민낯을 확인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당장 생존을 위해 밥을 먹기 위해서라도 큐알체크나 개인 정보제공 동의를 해야 하고, 길을 찾기 위해 GPS로 나의 위치도 제공된다. 열 체크를 한다고 들이민 얼굴은 그대로 데이터화되어 어딘가에 떠돈다.

 

 

 

오늘은 잔여 백신을 예약할 수 있으려나 하루 종일 광클하는 동안 미리 동의했던 개인 신상 및 거주 지역은 실시간으로 제공되니까 말이다. 코로나19 동선 확보다 신속한 조치 때문이라는 미명 아래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자위하지만 찜찜함까지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어째 21세기 민주화 사회로 자유와 평등을 누리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더욱 심해진 감시는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헬스케어, 드론, 현금 없는 디지털 화폐 등으로 빠르게 변모한다. 전 세계 주요 도시 (현재 중국이 대표적)는 스마트 시티로 완벽하게 탈바꿈되어 있을 거란 예언은 디스토피아의 또 다른 이름 섬뜩한 미래를 그려보게 된다.

 

특히 너무 익숙하고 편리한 나머지 공포 영화보다 더 무서운 현실 세계에 두려움을 책을 읽는 동안 느끼더라도 내일이면 까먹을 것이다. 당장 스마트폰 하나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에게 잊힐 것이라는 씁쓸한 현실은 그만큼 디지털 빅브라더가 숨 쉬는 공기만큼 당연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사실이며, 잊을만하면 다시 꺼내서 상기하는 방법으로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브레히트가 즐겨 썼던 연극의 소격 효과(낯설게 하기)를 통해 감정이입과 몰입을 방해하고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눈, 가짜 뉴스를 필터링하는 역량을 꾸준히 길러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실을 외면하는 방법으로 행복을 추구한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나도 일회용품 사용에서 죄책감을 느낄 때마다 나 하나쯤이 야라는 생각으로 지구의 아픔을 눈 감아 버리니까 말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가상화폐는 익명과 자유의 도구가 더 이상 아니다. 저자의 말대로 진실 규명을 위해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일방적 전달에만 익숙해진다면, 스마트옵티콘의 행복한 죄수로 복역하면서도 자신이 죄수인지 모르는 창살없는 감옥에서 행복하다고 느끼고 살 거란 말이다.

 

좋은 영화로 '에드워드 스노든'을 주인공으로 한 <스노든>을 추천한다. 미국 NSA의 기밀 자료를 폭로한 내부 고발자를 다루고 있다. 범죄가 일어나기도 전에 범죄를 예측한다는 발상은 개인의 신상을 데이터화해 감시한다는 것이다. 톰 크루즈가 나온 <마이너리티 리포트>도 함께 보길. 90 년대 닷컴 버블, 실리콘밸리 등으로 대표되며 자유와 평등을 가치로 내걸었던 기업은 이제 공룡 기업으로 몸집이 커져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데이터 채굴에 앞장서도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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