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그만두지 않았을까
정옥희 지음, 강한 그림 / 엘도라도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나빌레라]는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참 많은 것을 얻었다. 꿈을 이루는 데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70대 알츠하이머 할아버지에게 배웠으니까. 드라마의 영역이 요 몇 년대 격변했다. 삼각관계, 고부갈등, 출생의 비밀 등으로 돌려 막이 하던 소재가 한계가 어디인지 모를 만큼 다양해졌다.

 

 

 

[나빌레라]는 시도하지 않았던 발레가 소재일 뿐만 아니라, 발레리나가 아닌 발레리노였다. 남성의 발레는 여성보다 주목받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고정관념 때문에 신선한 충격이었던 기억이 있다. 남자 무용수의 세계를 들려다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낡아서 구멍이 나버린 슈즈와 땀 냄새나는 발레복이 연습의 결과치처럼 보인다는 대사가 마음에 와닿았다.

 

 

 

그래서 발레리나 정옥희의 에세이도 그 연장선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발레리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발레리나가 은근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 위의 우아한 상반신 아래 열심히 다리를 움직이는 물밑작업을 이미지가 아닌 텍스트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과 맞닿아 있는 발레학원에 초등학생 때부터 다닌 정옥희는 아이들이 취미로 시작한 발레를 진로로 결정했다. 말없이 입을 다물었지만 몸으로 말하는 춤 동작에 매력을 느꼈다. 초등학교 4학 년 때 처음으로 나간 무용 콩쿠르에서 본 길고 아름다운 자신의 그림자에 반했다.

 

 

 

그 강렬하고 따뜻한 경험을 잊을 수 없어 발레리나가 되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말을 하지 않는 발레가 잘 맞았던 걸까. 춤에는 말을 하지 않아 달변가가 없다. 그러나 무용수의 움직임은 매혹적이고 섬세한 언어가 된다. 고로 무용수는 언어에 매혹당한 사람들이다.

 

 

 

정옥희 발레리나는 1만 시간의 시간의 힘을 믿었다. 1만 시간의 노력과 재능으로 프로 발레리나가 되기까지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특히 지긋지긋한 평생 다이어트 잔혹사는 듣기만 해도 소름 돋는다.

 

그리고 엄마 발레리나의 고군분투와 발레 스타일의 옷과 신발의 유행, 핑크 계열 속 브라운 계열의 포인트 슈즈가 드문 이유 등 개선되지 않는 발레계 문제까지 다양하게 다룬다. 발레는 아직까지 백인 문화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춤을 언어에 비유하자면 발레는 영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고로 발레는 기득권의 문화, 발레 패권이란 말이 생길만하다. 전통춤에 발레의 틀과 원리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그 예이다.

 

 

 

이 책을 통해 생각보다 우아하지도 넘볼 수 없는 분야도 아닌, 생활이 담겨 있는 발레의 무대 뒤 모습처럼 느껴진다. 마치 험담을 하듯 그동안의 힘들고도 재미있었던 후일담을 들려주는 선배 같다. 얼마나 많은 드레스를 입었을까 가늠조차 어렵다. 그래서일까. 정작 웨딩드레스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걸까 싶다.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썼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