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 - 열정적인 합리주의자의 이성 예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75세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식을 접하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깨달았다.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 [나빌레라]에서도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심덕출 할아버지가 평생 꿈꿔 온 발레를 배우는 이야기를 뭉클하게 다루고 있다. 장수사회인 만큼 하고자 하는 열정과 자신만의 노력이 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란 없다는 것을 실감하는 때이다.

대관절 이 이야기를 왜 하냐고? '리처드 도킨스' 또한 노년까지도 저술 작업을 놓지 않는 노련한 학자이기 때문이다. 실로 감탄스러운 노년에 닮고 싶다는 생각이 앞선다. 나는 과연 노년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각설하고. 그는 650여 페이지의 장황한 글쓰기로 인문학적인 삶의 기록이 남겼다. 자신을 과학자이자 인문학자, 무신론자라고 말하는 것만큼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기도 했기에, 이번 책 또한 방대한 주제는 여념 없다. 그의 책을 흥미롭게 읽은 독자라면 이 또한 그냥 넘길 수 없는 소장용이라 할만하다. 책은 1990년대부터 2009년까지 30년간 발표한 글 41편을 담았다.

가장 유명한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만 읽어 봤던 독자에게 '나 이런 사람이었어!'를 보여줄 수 있는 진면목이다. 《악마의 사도》이후 두 번째 에세이지만 분량을 봐서는 거의 논문급이다. 그래서 에세이란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과학, 철학, 자연선택, 진화론, 종교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미래 예측 및 사적인 이슈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인 것. 도킨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뼛속까지 이성주의자인 그가 '영혼'이란 단어를 책 제목으로 쓴 이유가 궁금하다. 그는 영혼이란 단어가 비과학적인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영혼은 없지만 그 의미를 확장해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영혼이란, 경이롭고 아름다운 것, 감정적인 성질, 현실을 한 단계 넘어서는 궁극의 무언가를 뜻할 수 있다. 따라서 과학은 종교나 그 어떤 것보다 고결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과학 극찬 논리로 강조된 말임을 밝힌다.

다소 버거운 벽돌 책이지만 편지, 픽션, 패러디, 개회사, 추도문, 강연문, 새롭게 주석을 단 후기까지 딱딱한 글로 만났던 도킨스의 새로운 면모를 탐색할 수 있다. 영국인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가 적절히 녹아있다. (너무 썰렁해서 얼어버릴 수 있으니 주의요망;) 독자들은 그가 던진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찾으며 우주 속의 개인,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진 나, 신과 인간의 관계를 유추해보는 인문학적 사유를 맞이할 수 있겠다.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썼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