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앤닥터 육아일기1》 산부인과 의사 엄마, 공학박사 아빠의 본격 지식 육아 만화

닥터앤닥터 육아일기 1 - 임신과 출산 ㅣ 닥터앤닥터 육아일기 1
닥터베르 지음 / 북폴리오 / 2021년 4월

처음에 이 책을 봤을 때 드는 생각은 "그래서 무슨 소리인데.."였다. 덕스러운 편집과 그림체, 말투로 도통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박사와 닥터 부부라는 독특한 직업. 임신부터 출산까지 에피소드를 다룬 탓에 아이를 낳아보지 않는 나로서는 공감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에피소드 9를 기점으로 완전히 반전을 맞는다.

앞 부분은 두 사람의 직업적인 이야기와 소개 등을 다룬 탓에 이입이 어려웠다. 주인공은 아빠 도베르만, 엄마 판다, 아이 너구리(?)로 지정해 인지부조화가 심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임신과 임신 실패, 고난, 그리고 찾아온 임신, 출산으로 이어지며 본격적인 병맛코드가 먹히기 시작한다. 읽다가 웃겨서 혼자 자지러지게 킥킥거려 주변인의 눈총을 산 1인. 임신, 출산, 육아 1도 안 해봐도 그냥 그 상황을 풀어가는 대처법이 개그다.

 

무엇보다도 산부인과 의사가 유산과 임신, 출산을 하는 과정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산부인과에 갈 때마다 여성 의사도 같은 검사를 남에게 받을까 궁금했었는데, 스스로 초음파하고 검사하고 불안해하는 거 보니까. 의사도 사람이구나 괜한 동질감이 들었다.

병원에서 많은 환자를 만나고 그 사람 하나하나에게 다 감정이입할 수 없으니, 내가 걸린 병을 기계처럼 발음하는 게 서운하고 차가웠었다. 이렇게 만화로 접하고 보니 의사 스스로도 환자에게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을 계기로 서로 배우는 시간이 될 거라 생각했다.

 

닥터베르는 또 어떤가. 많이 배운 탓에 꽉 막히고 답답할 것만 같지만 의외로 공학박사 본캐에 소설가, 웹툰 작가, 작곡가, 만랩 유모 등. 친근함이 더해졌다. 육아를 위해 학업을 3년간 휴학한 것만 봐도 자상한 아빠, 좋은 남편이 아닐까 괜한 짐작도 해봤다.

산부인과 의사 엄마의 임신과 출산, 공학박사 아빠의 논문 기반 육아는 완벽할 것 같지만 좌충우돌,괴랄발랄, 흠냐흠냐(?) 산으로 바다로 우주로 나아간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은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말처럼, 아이를 낳은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일을 한 거란 생각에 존경스럽기만 하다.

예비 육아맘, 육아 대디가 보면 딱 좋다. 출산 선물로도 제격. 하지만 누가 봐도 이 만화는 정보뿐만 아니라 재미가 있다. 웃겨서 죽을 뻔했다는 건 안 비밀. (내가 워낙 병맛 코드, B급 유머에 환장한다)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