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2 펭귄클래식 75
샬럿 브론테 지음, 류경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꼭 읽어봐야 할 고전 《제인 에어 2》를 읽고 쓰는데 드디어 2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사람은 무언가 목표가 있거나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야 하는가 보다. 그냥 읽었으면 코로나 초기에 읽다가 아직도 방치 중인 《페스트》처럼 되었을거다. 빽빽한 자간에 옛날 말로 쓴 제인의 일대기가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작가 샬롯 브론테가 자신을 빗댄 페르소나로 만든 제인 에어의 평전, 자서전이라고 봐도 좋다.

 

 

 

제인이 가난한 성직자 아버지와 부유한 어머니의 딸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외삼촌 네 살며 모진 구박을 받는다. 외숙모 리드 부인의 자녀 중 막내아들 존과 잦은 다툼을 말릴 생각 없이 제인의 탓으로만 돌려 붉은 방에 가둔다. 제인은 이 방을 무척 무서워했다. 아마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리드 외삼촌의 마지막을 함께 한 방이라 기운과 분위기가 무섭기 때이었을 것. 그렇게 유년 시절 친척 객식구로 얹혀살다 자선 기관에서 8년을 보낸다. 학생으로 6년 교사로 2년을 마치고 스스로 교사 구직 광고를 로체스터 저택의 입주 가정교사로 일하게 된다.

 

 

 

워낙 방대한 분량과 등장인물 간 얽힌 이야기가 촘촘해 국내는 거의 2권으로 분리되어 있다. (서양은 어떤지 모르겠다) 펭귄클래식 버전의 1권에서는 친척 집에서 벌어지는 유년 시절부터 기숙학교를 거쳐 손필드 저택으로 온 이후를 다루고 있다. 2권에서는 어느 정도 신임과 능력을 인정받은 제인이 주인 로체스터에게 연봉을 중간 정산 받고 다시 게이츠헤드 저택으로 향하는 부분부터 시작한다. 주인이라 부르지만 당당히 일한 몫을 요구하는 제인, 할 말은 하는 제인이 더욱 두드러진다. (스무 살) 나이, 신분과 성별의 차이에도 굽히지 않고 의견을 관철하는 제인의 당찬 모습이 내내 이어진다.

 

 

 

다시 돌아간 게이츠헤드 저택에서 반쯤 미쳐 있는 외숙모와 자살한 존, 가세가 기운 집안 분위기를 주하고 놀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제인을 찾고 있던 삼촌 이야기다. 아버지의 동생이 제인을 찾아왔었다는 사실을 임종 직전 이야기하면서 죄책감을 던 외숙모는 결국 숨을 거둔다. 장례를 마치고 다시 손필드 저택으로 돌아온 제인은 뜻밖에 자리한 로체스터와의 사랑이 커지며 일생일대의 순간으로 접어든다.

 

로체스터는 잉그램 양과 결혼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밤. 그는 제인을 불러 결혼하면 아델은 기숙 학교로 제인은 저 멀리 아일랜드 가정교사로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제인은 숨겨왔던 마음을 고백한다. 사실 이 부분은 앙큼한 로체스터가 먼저 떠본 것이다. 제인에게 청혼하기 전 마지막으로 시험에 들게 한 것. 떠나고 싶지 않은 제인의 마음을 확인한 후 신부가 되어 달라고 한다. 둘은 일사천리로 결혼식을 준비하지만 결국 혼인하지 못한다.

 

 

 

잘 알다시피 로체스터는 중혼을 꿈꿨었다. 당시 장자만 재산 상속이 가능했기에 로체스터는 부모가 짝지어 준 크리올 출신 버사 앙투아네타와 결혼했었다. 하지만 아내와 잘 맞지 않았기도 했고, 점차 광녀가 되어가는 아내를 감당할 수 없어 손필드 저택에 가두게 된다. 돌볼 사람을 고용하고 15년 동안이나 말이다. 이를 숨기고 스무 살이나 어린 제인과 새 장가 들려 했던 로체스터의 계략(?)은 물거품이 된다.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절절하게 용서를 빌어보지만 이미 상처 입은 제인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 변명일 뿐이다. (로체스터 너무 비겁하다) 몇 날 며칠 식음을 전패하고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제인은 어느 날 밤 몰래 저택을 떠난다.

 

 

 

그렇게 시작된 떠돌이 제인의 사연이 본격 시작된다. 받은 돈만큼만 간다는 마부가 내려준 곳에서 깜박하고 마차에 짐을 두고 온다. 돈 도 없이 거지꼴로 구걸하고 길에서 노숙하기를 며칠. 배고픔에 정신없이 걷다 무어 하우스(황야의 집)라는 곳에 당도한다.

 

 

 

마침 아버지의 장례식으로 온 리버스 남매. 사제 신 존, 동생 다이애나, 메리를 만난다. 가까스로 그들의 집에 머물며 기력을 회복한 제인은 자신의 기구한 사연을 털어놓는다. 그들과 가족 같은 친구가 되며 안정을 찾아가던 중 다시 한번 어릴 적 자신을 찾던 삼촌의 전갈을 받는다. 사연인즉슨, 삼촌이 남긴 거대한 유산의 상속녀로 갑자기 신분상승하게 되고. 이로써 제인의 정체가 밝혀지며 리버스 남매들과 관계도 정리된다. 책 속에는 우연으로 가장 했지만 필연이었을 고종사촌 간의 만남과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제인을 그려낸다.

 

 

 

한편, 손필드 저택의 화제와 불구가 된 로체스터 씨의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찾아온 제인은 여전히 주인님을 사랑하지만 주인의 선택을 받은 게 아닌, 스스로 결혼을 선택한 제인이 되며 끝난다. 둘은 결혼하고 이는 평등한 아내와 남편의 조건이었다.

 

《제인 에어》는 고전 소설이자, 여성 소설, 페미니즘 소설, 로맨스 소설, 자서전 등등 불리는 이름이 많다. 당시 가부장적 세태, 영국 제국주의 풍조 등과 맞물리며 비판의 대상이 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대표적인 것은 로체스터의 정실이던 버사 캐릭터의 표현이다.

 

 

 

자메이카 크리올 출신은 정신적 결합이 있거나 비천하다는 선입견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묘사는 순전히 로체스터의 입장에서 진행된 것이기에 버사의 시점에서 재평가되어야 할 인물이다. 훗날 《제인 에어》에서 영감받아 '진 라이스'는 버사를 주인공으로 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펴낸다. 《제인 에어》 프리퀄이자 스핀 오프이며 이 소설 또한 읽어봐야 할 고전이다.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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