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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피카소 할애비다 - 최영준 수묵화 에세이
최영준 지음 / 김영사 / 2021년 2월
평점 :

패기 넘치는 제목이다. 피카소 할애비라는 제목은 어디서 온 걸까? 최영준 저자는 1990년 KBS 개그 콘테스트에서 입상한 개그맨 출신으로 21세기 변사라 불리는 아티스트다. <이수일과 심순애>, <검사와 여선생>, <아리랑> 등 무성영화의 꽃 변사로 활약했다. 다양한 방송에서 활약했고,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부른 가수다.
최근에 조카가 유치원에서 이 노래를 배웠는지 흥얼거려서 함께 따라 불렀던 게 생각났다. 이 노래를 직접 불렀다고? 가사 중에 '이수일과 심순애'가 왜 100명의 위인에 들어가나 의아했는데, 아무래도 가수의 의지치가 아니었을지. 의문이 어느 정도 풀렸다.
이번에는 독학으로 배운 수묵화와 인생의 단짠단짠한 글귀를 넣어 에세이를 발간했다. 그야말로 다방면의 재주꾼이라 할만하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게 나이 때문이란 이야기는 그 앞에서 주춤할 수밖에 없다. 54년 생이지만 아직도 배움에 목마른 열정이 느껴진다.
책을 내게 된 계기도 독특하다. 출판사에 다짜고짜 찾아와 백만 부가 나갈 작품이라고 호언장담했다고 한다. 혼자서 익혔다고 하기에는 투박하지만 인상적인 선의 미학과 해학이 느껴졌다. 지하 주차장 바닥에 깨지고 갈라진 자국에 오일이 흘러나온 자국과 스크래치가 피카소의 그림처럼 보였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피카소에서 영감받아 석 달간 밤새워 수묵화 300점을 그렸다고 했다. 그중 엄선된 114편이 책에 실렸고 지금까지 다양한 직업으로 살아오며 경험한 인생을 녹여 《내가 피카소 할애비다》가 세상과 만나게 된 것이다.

수묵화 그림 옆의 글귀는 지금까지 살아온 파란만장한 삶이 녹아 있는 듯 다양했다. 지금이야 예술가, 연예인, 배우, 개그맨이 각광받는 직업이지만 그가 활동하던 시절은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지금의 n잡러의 원조가 아닐까 생각하니 참으로 열심히 사셨을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특히 배우의 목소리가 없는 무성영화 시절. 사람들에게 스토리와 배우 연기까지 겸해야 했던 변사는 종합예술인이었다. 슬픈 장면에서는 구슬프게 울며 대사와 분위기를 읽고, 기쁜 환희의 장면에서는 그에 따른 연기를 손바닥 뒤집듯 소화해야 했다. 거기에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까지 두루 읊어주는 변사의 역할은 무성영화 시절의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 시절을 겪었던 탄탄한 기본기가 21세기 꽃피우는 게 아닐까? 준비된 자와 떨어질 줄 모르는 삶의 열정이 만난 이 시대의 마지막 광대의 이야기가 늘어졌던 나의 일상에 바투 고삐를 쥐여준다.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