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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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읽는 만큼 잘 쓴다고 했다. 작가들은 하늘에서 글 쓰는 능력이 툭 하고 떨어진 게 아니다. 그만큼 남의 글을 많이 읽는다. 유수의 문학상이란 상은 휩쓴 '어시스의 마법사'로 세계 3대 판타지 소설에 이름을 올린 '어슐러 르 귄'이 쓴 서평과 에세이는 어떨까?

 

책은 책과 작가, 문학 전반에 관한 에세이일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기록이다. 연설문과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쓴 강연용 글, 서문, 일기 등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는 판타지 소설과 SF 소설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묘미를 안겨 준다. 단, 글을 읽고 흥미로워 소설을 찾아봤다가 미번역 본도 많아 안타깝다는 말을 전한다,

 

 

 

작가가 쓴 서평은 어떤 글일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특히 주제 사라마구를 향한 솔직하고 아낌없는 찬사가 인상적이다. "내가 아직도 배우게 되는 유일한 소설가"라는 글귀는 마침표 없이 흘러가는 무미건조한 문체에도 읽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 어슐러의 수줍은 고백이다.

 

 

 

거기에 올더스 헉슬리를 향한 러브레터가 있어 글귀를 그대로 옮겨 보았다. "자신의 계급과 문화에 맞게 침착하면서도 극도로 절박하게 쓰였고, 불꽃놀이 같은 창의력 뒤에 난해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동기들을 숨겼으며, 쾌락을 혐오스럽고 모멸적인 것으로 그리고 자유를 무분별의 자격증으로 그리면서 쾌락과 자유 말고는 추악한 세계로부터 탈출할 다른 선택지를 내밀지 않는 『멋진 신세계』는 심란하고 골치 아픈 책이며, 불안의 시대가 낳은 걸작이고, 20세기의 고통을 담아낸 선명한 기록이다. 그리고 또 아마 올더스 헉슬리가 80년도 더 전에 그 태동을 보았던 길로 문명을 계속 끌고 가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아주 이른, 그리고 유효한 경고일 것이다."

 

SF 소설이 그러하듯 미래 경고가 되길 의도한 올더스 헉슬리는 현재까지도 가장 많이 읽히는 1세대 SF(당시 SF 소설은 천박하다는 의미로 쓰일 수 있었음) 작가다. 많은 소설과 영화의 클리셰가 되는 장치들을 이미 30년대 구축한 디스토피아 전문 작가. 그가 《멋진 신세계》에서 만들어 낸 '소마(그리스어로 몸)'라는 약물은 풍요가 만연한 현대 사회의 다양한 약물을 예언한 것일까, 복용하는 순간 천국이 아닌 지옥세계에 들어왔음을 풍자한 예시라고 할 수 있을까.

 

 

 

또한 서평 목록을 뒤지다 낯설지만 반가운 재미작가 이창래의 소설 《만조의 바다 위에서》가 있었다. 이를 두고 어슐러 르 귄은 "예측 가능한 주제들의 독창적인 변주로 가득하고, 디스토피아에 대한 새로운 이해처럼 보이기는 할 정도로 복잡하고 교묘한 관점에서 쓰였다"라고 평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늘 경계인의 삶을 살아온 이창래 작가는 안에서 밖으로 나와 진실을 파헤치는 한 소녀를 중심으로 디스토피아의 영웅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안과 밖으로 나누어진 세상의 기이한 모험담이 담긴 소설이다.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는 어슐러 르 귄이 책으로 세상을 읽는 법이다. "문학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최고의 매뉴얼, 우리가 여행하는 '삶'이라는 나라에 가장 유용한 안내서예요."라고 했던 거장의 어록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다. 두고두고 곱씹어 볼 만한 화두를 던진 노장의 질문, 우리가 문학을 계속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찾길 바라는 스무 고개 같은 책이다.

 

 

 

*본 도서는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인 의견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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