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늑대들 2, 회색 도시를 지나 웅진 모두의 그림책 38
전이수.김나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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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에 처음 쓰고 그린 어엿한 작가, 영재발굴단에 나와 유명해진 전이수 작가의 새 책이 나왔다. 이 책은 기존에 나왔던 《걸어가는 늑대들》의 두 번째 이야기이자 엄마와 같이 그림을 그리고 만들어가는 공동작업의 산물이다. 자식과 함께 내 이름을 올려 만든 책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면서도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늑대들은 세상을 탐험하는 탐험가다. 온통 잿빛으로 물들어버린 도시에 당도한 그들은 답답한 세상에서 한 줌의 빛, 색채를 찾아 헤맨다. 그곳에서 밝은 빛이 나오는 모니터만 온종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그들은 듣지 않아 귀가 퇴화되고 자기 말만 하느냐 입은 튀어나와 있다. 흡사 새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슬프고 지친 얼굴을 하고 지하철 플랫폼에 서서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의 눈엔 어른들이 이렇게 답답하게 보이는 걸까?

 

작은 모니터만 바라보던 사람들에게 바다, 숲, 하늘, 등 자연을 볼 수 있는 곳을 묻자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내 일이 아니면 나서지 아니하는 현대인의 초상처럼 말이다. 그러다 깊은 지하 동굴 같은 곳에서 올라오는 소년 마누를 만났다.

마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했더니 그런 이야기를 했던 소년을 소개해 주었다. 이름은 유하. 늑대들은 유하에게 한 줄기 희망을 걸고 따라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껌껌한 굴속으로 들어갔고, 발견한 하늘을 소개한다.

"내가 발견한 하늘이 이거야! 여기를 봐!"

 

유하는 매캐한 공기와 회색빛 도시에서 푸르고 초록의 빛을 보고 싶었고 친구들이 빛나는 상자 안에 들여다볼 때 밖에 나가 뛰어놀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다 작은 빛을 발견했다며, 두려워했다. 하지만 늑대들은 함께 구멍을 파내고 빛을 향해 달려갔다.

 

 

드디어 인공적인 도시를 떠나 자연을 만끽하는 유하는 처음으로 자유로움과 광활함을 느낀다. 점차 퇴화되고 도드라졌던 생김새가 변하면서 귀와 입이 제자리를 찾아왔다. 그리고 유하는 다시는 회색빛에 동화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품고 회색도시로 뚜벅뚜벅 되돌아간다. 세상은 작은 틈 사이로 시작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멍하고 답답한 일상은 지금 도시에서 살아가는 누군가의 모습과 닮았다. 거울을 봐도 알 수 없을 나, 너, 우리의 고여버린 얼굴들. 전이수 작가는 이를 포착하여 세상의 희망을 노래한다. 제주도에서 살며 보고 배우고 만진 상상력이 이 책에 모두 담겨 있다. 검은 선과 하얀 면으로 구성된 전반부를 지나 중후반부 파스텔 톤으로 물들여진 지면은 코로나 블루로 지친 우리들의 마음에도 환한 생기를 돋게 한다.

 

입춘이 지나고 이제 봄이 오는가 보다. 아직 눈과 추위가 가시지 않은 겨울이 매달려 보지만, 봄은 언젠가 찾아온다. 우리의 일상을 파고든 전염병도 언젠가는 사라지고 일상을 회복할 것이다. 그 밝은 날을 기다리며 그림책 한 장 한 장을 다시 넘겨 본다.

​*본 도서는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인 의견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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